당신의 이야기
솔이가 어린이집에 간 뒤로 나는 낮잠을 거의 자본적이 없다. 처음에는 집에 혼자 있는게 어색해 갈데도 없으면서 집밖으로 무조건 나갔고, 요가학원을 등록하고 나갈데가 생기니 조금씩 적응해 집안일도 하고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이렇게 블로그도 한다. 사실 운동하고 씻고 집안일, 아침 겸 점심 챙기고 글을 좀 쓰고 있노라면 어느새 솔이 하원 시간이다.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매일 아침 이불을 정리하고 솔이 장난감을 제자리에 두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빨래가 있음 빨래를 하고 빨래를 갠다. 그 날 그 날 간단한 반찬을 조금씩 만들고, 그날의 운동을 하고 그날의 글을 쓰는게 나의 여유로우면서도 바쁜 일상이다.
언젠가, 일요일 저녁 자리에 누우며 내가 말했다. '아 ㅠㅠ 내일 또 월요일이야'
이 말을 듣고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달링도 월요병이 있다니. "
솔직히 나는 이 말을 듣고 놀랬다. 이것 말고도 남편이 내가 낮에 연락이 없으면 당연히 낮잠을 잔다고 생각한다는 걸 근래에 알았다. 그러니 내가 월요병이 있다는 거에 놀란 거겠지. 나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솔이도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집을 매일같이 가고, 남편도 빈속으로 지옥철을 견디고 늘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사실 낮잠 생각은 전혀 안든다.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나 나름대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아직까지 우리 모두가 가지는 육아맘의 책임감은 가볍기만 하다. 그래서 씁쓸하다.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핑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육아맘의 일상을 공유한다는게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정말 씁쓸하다. 나가서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가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상태라는 정의가 언제나 내 삶을 지그시 누른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러면 나도 대접이란걸 좀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질낮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한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나는 한 주를 정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우선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지난 한 주는 그런 오기 때문은 아니였는데 운동도, 집안일도, 글쓰기도 모든 시간에 열을 너무 냈던거 같다. 몸이 뜨겁고 무거워 가라앉는다. 이렇게 햇살좋은 토요일에.
나만 그런게 아니라 솔이도 날이 서있고 내내 찡찡거리고 작은 일에도 울기부터 한다. 남편도 평소랑 다르게 그런 솔이를 부드럽게 안아주지 않고 다그치고 나 역시도 솔이의 놀이를 함께 하기엔 힘이 빠지는 날이다. 가족끼리 집에 있는데 답답한 느낌 마저 들어 에어컨을 틀었다, 창문을 열었다 많은 걸 시도하는데도 분위기가 계속 가라 앉는 하루다.
놀이터에서 한바탕 놀고 와 잠투정을 부리는 솔이를 받아주지 못할 만큼 우리 부부는 지쳐있고, 솔이도 평소랑 다르게 더 늘어진다. 겨우 아빠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남편도 그래도 솔이와 같이 낮잠을 잔다. 나는 마무리 운동을 하고 씻고 지금 여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도 도무지 왜 기운이 빠질까 이유가 생각나질 않는다. 생리를 하려나, 아니면 운동을 너무 욕심부려서 했나, 아니면 먹는게 부실했나, 아니면 게으름이 다르게 표현되는건가 생각한다.
하지만 버티는 수 밖에.
누구에게나 다 이런 날은 있는거니까. 이것도 내 삶의 일부겠지.
오늘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고 그냥 버티자. 내일의 활기를 위해. 솔이랑 남편이 깨면 외식비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추어탕이나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