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엄마표 생활영어 온라인 스터디를 시작했다. 오늘이 삼일 째이고, 9 문장을 외웠다. 매일 3 문장을 읽고 적고 암기한다. 그리고 그걸 단톡방에 카페에 인증하면 끝. 한 달에 삼만 오천 원이다. 자기 블로그에 공유하면 오천 원 할인도 받을 수 있고 이전 기수에 참여했던 사람이라면 추가적인 할인도 받는다. 나는 지금 스터디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연습이랄까? 전에 같았음 온라인 스터디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의심만 하고 지나쳤을 텐데 웬일인지 요즘은 마음이 겸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애 둘을 키우면서 더더욱 마음이 겸손해진다. 과신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나약한 나 자신을 꾸밈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영어 못하면 해야지, 공부해야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필요하면 하는 거다.라는 마음으로 삼일째 공부 중이다.
사실, 나는 대학 졸업하고 잠시 영어강사로 일하기도 했고, 남편과 같이 유학도 다녀왔다. 남편한테 be동사와 일반동사에 대해 피를 토하면 설명하기도 했었다. 말은 잘 못해도 문법 하나는 기똥차게 맞춘다. 영어단어도 보카 바이블을 씹어 먹기도 했었는데 각설하고, 다 지나간 일이다. 내 인생은 두 번째 출산 전과 후로 나뉜다. 다 까먹었다. 하루에 3 문장도 겨우 외운다.
그러니 한 달에 3만 5천 원이 무슨 대수랴, 얼굴을 보고 안 보고가 무슨 대수랴, 의지가 약하면, 기본이 없으면, 시작하는 거다. 다행히 블로그에 공유하고 할인을 받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8시를 조금 넘기고, 다행히 뚜뚜도 솔이도 잘 자 주어 까치발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불 꺼진 집은 평화롭기까지 하다. 분리수거 통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 어둠 속에서 휴대폰을 뒤적인다. 그때 띠링! 울리는 단톡방 소리. [꽃자리/이름/2세 손자] 이름이 뜬다. 단톡방에선 별명, 이름, 자녀 나이, 사는 곳으로 닉네임을 통일했는데 수많은 누구누구 맘 중에 2세 손자라니. 나 공부하기 바쁘지 남 공부 신경 쓸 겨를 없이 삼일을 지냈는데, 그 닉네임이 보이자마자 고민 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멋지시다고, 덕분에 분리수거통 앞을 벗어나 책상 앞에 앉을 마음이 생겼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힘이 난다고 고맙다고 답을 달았다.
그리고 지금 책상 앞이다. 운동기록도 했고, 내일 할 일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적는다. 사실 오늘 저녁에는 많이 지쳤었다. 부랴부랴 요리하고 가족들 챙기고 설거지하고 그 와중에 뚜뚜 재우고 오고, 집안 정리하고 운동 기록하고 맨 마지막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을 적는 그 일과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깨끗하게 설거지를 하고 보면 기분이 좋은데 그릇 쌓이는 건 정말 한 순간이랄까? 그런 챗바퀴 같은 집안일, 나한테만 티 나는 이 일들이 마치 내 삶의 전부처럼 느껴져 힘이 빠졌다. 그런데도 살고자 식어버린 국과 밥을 싹싹 비우는 나 자신이 뭐랄까? 진짜 이마트에서나 볼듯한 햄스터 같달까? 그랬다. 그래서 애들을 다 재우고 나와 분리수거통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때 꽃자리님의 작은 열정을 마주한 것이다. 누군가의 열정, 삶을 꾸려나가는 열정.
우리는 누군가의 열정에 열광한다. 그 뜨거움이 내 인생에도 전해지기 때문에, 나는 열광한다. 나도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내 인생을 꽃피우자 다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이 시간이 얼마나 값진 순간인지 기록하며 내 인생을 채워나가자 마음먹는다. 내 작은 노력들과 다짐들 그리고 매일매일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데울 수 있길 바라며.
내일도 열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