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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Jun 09. 2017

카롤리느와 동무들, 네 멋대로 해라


어린이들은 무엇과도 친해질 수 있다. 의인화는 인간 중심의 기법이지만 그 대상은 종종 인간을 띄어 넘는다. 인지력 유도를 위해서라고 해도 개성적인 다른 종이 함께 어울리는 것은 신나는 경험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동물 친구들 중 하나인 <카롤리느와 친구들> 속 동물들은 오래도록 큰 인기를 얻었다. 교육용 서적의 일러스트를 그려오던 작가 피에르 프롭스트는 커리어의 중반쯤 자신의 인생작을 시작했다.


프롭스트의 딸 시몬처럼 눈부신 금발 머리의 소녀 카롤리느는 빨간색 오버롤을 입고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영리하지만 게으른 아기 표범 피토 Pitou, 우아한 흰 고양이 푸프 Pouf, 유쾌한 검은 고양이 노알로 Noiraud, 활동적인 검정 강아지 피포 Pipo, 약간 까칠하지만 곱슬털이 사랑스러운 갈색 강아지 유피 Youpi, 종종 몽상에 빠지는 아기 곰 붐 Boum, 용감한 데다 친절한 아기 사자 키트 Kid, 겁이 많지만 웃음도 많은 강아지 보비 Bobi는 언제나 카롤리느와 함께 한다.

시리즈가 거듭되며 추가된 동물 친구들은 여덟*이나 되지만 각자의 개성으로 또렷이 구분된다.

(*한국어 명칭은 금성 칼라 텔레비젼 전집을, 프랑스어 명칭은 원전을 따릅니다.)


어린이 모험물은 허다하지만 이 시리즈가 폭발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에 있다.

카롤리느의 활달한 이미지는 당시로선 전통적인 소녀상에서 벗어난 현대적 캐릭터였다. 물론 현재에 보기엔 이 시리즈도 시대적 한계가 드러난다. 소녀의 활달함이 톰보이의 외형으로만 표현된다거나 캐릭터의 발랄함에도 카롤리느는 종종 수동적이다. 그럼에도 개성 또렷한 동물들과의 일상다반사는 어린이들에게 세계의 일부를 소개해준다. 쉽게 표현된 교육적 즐거움은 작품의 주요 대상인 미취학 아동들에게 크게 어필되었다.


<카롤리느와 친구들>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시리즈가 이렇게 오래 다양하게 퍼져나갈 줄 알았을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시리즈는 오디오 북, 앨범 등 수십 종의 다양한 미디어로 변주된다. 작가조차 장수해 프롭스트는 커리어 후반 십 년 동안 꾸준히 이 시리즈를 냈다고 한다. 15분 분량의 TV 애니메이션도 수십 편 송출되었고 DVD도 꾸준히 재판되고 있다.

대개의 인기 시리즈물이 그러듯 <카롤리느 시리즈>의 세계관도 여러 테마를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농장, 여름 캠프, 스포츠 체험 같은 일상다반사가 주를 이뤘다. 장기 시리즈들의 예정된 수순이듯 카롤리느와 친구들은 곧 여행을 시작한다. 세계일주 개념의 여행은 네스 호 같은 오컬트 한 지역과 북극, 무인도 같은 오지로 이어지더니 걸리버 여행기에 나온 소인국 릴리펏까지 간다. 우주 시대가 개막된 당대의 분위기에 따라 당연히 우주여행도 등장한다.

체험도 다소 파격적으로 뻗어나가는데 카니발, 태양의 서커스 등 직업 체험스러운 에피소드도 다수 있다.

Caroline et ses amis의 세계여행 테마


시리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정식 발행본이나 복간본이 없다. 이 시리즈를 알고 있다면 아마 대부분 금성출판사의 <칼라 텔레비젼 세계교육동화> 수록분을 통해 보았을 것이다. 금성 전집의 원전인 <올 컬러판 세계의 동화 オールカラー版 世界の童話, 小学館>에서도 인기 에피소드를 세 권에 걸쳐 수록했다. 서구 문화를 유구하게 동경해 온 일본에서는 이미지까지 팬시한 이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소학관 전집 내에서도 소장가들의 수집 열기가 높은 작품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일서 판본은 피에르 프롭스트의 원전 일러스트를 판본마다 그대로 유지해왔다.

반면 아마도 저작권 문제인 것으로 유추되는 1980년대 금성 판본 개정판에서는 커버와 본문 모두 국내 작가가 원전을 모사해 새로 그린 일러스트가 수록되었다. 수집가들이 1970년대 금성 판본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성 판본에는 전체 시리즈 중 <즐거운 드라이브 L'Automobile de Caroline, 1957>, <즐거운 여름방학 Les Vacances de Caroline, 1958>, <유쾌한 카우보이 Caroline au ranch, 1961>, <즐거운 겨울 산 Caroline aux sports d’hiver, 1959> 네 편이 실려있다. 금성 판본은 작품 내 텍스트들도 꼼꼼히 로컬라이징 해 196, 70년대 타이포그래피를 확인해 보는 재미가 있다.


시대성에 따라 이 시리즈는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진 못한다. 그러나 대개의 모험물에서 소녀들이 조력자 정도의 존재감을 가질 때 카롤리느는 서사의 주체로 시리즈를 이끌어 나갔다. 이런 점이 당대에 현대적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사랑받게 했을 것이다.

특히 빈티지한 분위기의 일러스트는 지금도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워낙 시리즈가 많아 초판이나 골든 북 판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도 구하기 어렵지 않은 편이다.

즐거운 드라이브 여행
즐거운 여름방학
유쾌한 카우보이
즐거운 겨울 산





@출처/ 

카롤리느와 친구들, 피에르 프롭스트 (Caroline et ses amis, Pierre Probst, 1953-2007)

オールカラー版 世界の童話 12, カロリーヌとおともだち (小学館, 1967, 번역 츠지야 유키 土屋由岐, 일러스트 피에르 프로부스트 Pierre Probst)

어린이 교육 칼라 텔레비젼 세계교육동화 1, 카롤리느와 동무들 (금성출판사, 1978, 번역 김용호, 일러스트 피에르 프롭스트 Pierre Probst)

원색 텔레비전 세계교육동화 7, 카롤린과 동무들 (금성출판사, 1987, 번역 박홍근, 일러스트 이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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