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ster Egg Artist
서양만큼 버라이어티 하지 않아도 부활절 달걀은 이제 국내에도 익숙하다. 알록달록한 달걀과 사탕이 담긴 바구니를 든 ‘부활절 토끼 Easter Bunny’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독일 풍습을 가장 유력하게 본다. 부활절 토끼는 착한 어린이와 나쁜 어린이를 구분해 바구니 속 선물을 나눠준다. 세속적 개념으로 보면 봄의 크리스마스인 셈이다. 전통적 이벤트인 달걀 찾기는 이런 상징성에서 연장되었다. 부활과 재생에 그다지 관심 없더라도 색색으로 칠해진 달걀 찾기는 은근한 긴장감마저 준다. 숨겨져 있는 달걀도, 도토리 모으듯 찾아둔 달걀도 그 예쁨만큼 흥겹다.
<The Easter Egg Artists, 1940>는 부활절 달걀을 준비하는 부활절 토끼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드리안 아담스는 칼데콧 수상 경력과 다작에도 국내에서 생소한 작가이다. <The Shoemaker and the Elves, 1960> 같은 고전 동화부터 루머 고든 Rummer Godden, 론조 앤더슨 Lonzo Anderson, 어윈 샤피로 Irwin Shapiro 같은 다수의 인기 작가들과 협업해왔다.
작품마다 아름답지만 <The Easter Egg Artists> 외에 <Two Hundred Rabbit, Lonzo Anderson, 1968>, <Poetry of Earth, 1972>, <Izzard, Lonzo Anderson, 1973>, <The Twelve Dancing Princesses, 1980>, <The Christmas Party, 1982>를 뽑고 싶다.
내가 처음 본 아담스의 작품은 <Candy Floss, Rummer Godden, 1960>의 국내 판본 <행운의 인형 캔디 플로스, 비룡소, 2014>를 통해서였다. 일러스트의 빈티지 한 분위기에 동해 검색 중 발견한 <The Easter Egg Artists>는 아담스의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서사는 안이하지만 어떤 축제보다도 설레고 흥겹다. 따뜻하고 풍성한 컬러는 당장 색연필을 꺼내 신발이라도 칠하고 싶어 진다.
부활절 달걀 칠하기를 가업으로 이어온 토끼 가족 애보츠 가는 올해도 백만 개가 넘는 달걀을 준비해야 한다. 애보츠 부부의 아들 올슨은 올해 처음으로 아빠를 도울 예정이다. 다음 해의 달걀을 위한 시간이 아직 남아있긴 해도 올슨은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애보츠 부부는 올슨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라며 휴가를 떠나기로 한다.
부모의 격려 속에 올슨은 자동차와 낡은 별장을 부활절 달걀처럼 아름답게 꾸민다. 동체를 멋지게 칠해준 후 비행기를 얻어 타기도 하고, 낡고 거대한 다리에 아름다운 이미지를 입히며 올슨은 점점 그리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휴가가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부활절 달걀을 준비해야 하는 계절이 온다.
올슨은 달걀을 칠하는 일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창작자의 자질과 동기는 다양하지만 그 동력은 언제나 상상력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 하드웨어는 반드시 발전한다. 그 안을 채우는 것, 채우는 방식, 공감과 공론을 이끌어 내는 표현만은 온전히 창작자 안의 소우주, 상상력에서 기인한다.
<The Easter Egg Artists>는 그런 우주를 발원시키는 영감이 반드시 특별한 것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낡은 동네에 입혀지는 벽화들,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는 도시 재생 이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나 뱅크시 Banksy일 수는 없겠지만 구태의연하게 그려진 유치한 그림들은 거대한 쓰레기 같다. 그러나 미숙한 사유에도 그 시도 안에 담긴 의지만은 믿고 싶어 진다. 지금보다 좀 더 아름다운 무엇이 우리의 일상을 격려하길 바라는 응원 말이다.
익숙한 장소마저 특별한 보물 찾기로 만드는 색색의 달걀처럼 흥겨운 아름다움을 찾아 오늘도 창작자들은 자신 안의 우주를 꾸준히 항해 중이다.
@출처/
The Easter Egg Artist, Adrienne Adams, 1940
The Easter Egg Artist (Charles Scribner's Son,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