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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읽기

by 카페에서 책 읽기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

재미있으면서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책을 읽고 싶다. 죄책감의 형태를 가졌다 해도 우리의 열정과 본능을 명료하게 짚어주는 책을 읽고 싶다. 무의미한 수사로 쌓아 올려진 자기 연민을 불태워버릴 도발적인 책이 읽고 싶다. 목차가 제일 재미있는, 파스텔톤 설탕 같은 얄팍함을 부끄럽게 만들 책을 읽고 싶다. 두고두고 매번 곱씹어 보는 책을 읽고 싶다.

이런 독서는 현실에서 사라져 버린 인과를 찾아 도망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전에 쓴 글을 죽 읽어보았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 돌림노래 같은 불평이 빼곡하다.

각기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이름을 쟁취한 여성들은 어째선지 유사한 오욕의 역사를 가진다. 신화의 영웅들은 실패해도 부끄럽지 않을 근사한 용과 싸우건만, 여성들의 전투는 온갖 구질구질함과 색욕 위를 구른다. 신화는 고난을 통해 벼려진다지만 더러워서 더욱 쓸쓸한 이런 재난은 언제까지 되풀이될까?


여성주의-페미니즘에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가부장의 세계에 종속되어 온 우리는 여전히 편견과 오독의 지뢰를 밟는다.

휴머니즘은 편리하기에 가장 비겁하게 악용된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종종 망설이곤 한다.

실수를 노출하지 않으려 너무 많은 부연을 하게 된다.

대표성에 흠집 낼까 필요 이상의 자기 검열을 하고 만다.


당연하게도 여성 작가들은 오늘날 혜성처럼 탄생한 것이 아니다. 그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다. 꾸준한 지우개질에도 꿋꿋했던 발걸음이 이제사 드러났을 뿐이다.

덜 읽힌, 더 읽혀야 할 여성작가를 공유하는 흐름인 #여성작가 읽기 해시태그로 나 또한 자문했었다.

나는 그녀들을 제대로 읽은 걸까? 오독한 것은 아닐까?

나의 노란 벽돌길이 되어준 작품들을 곱씹어 보는 곳에서의 시작은 진짜 도락과 위안으로서의 책 읽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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