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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Jul 15. 2016

서유기, 절대불경 원정대


중국 고전 <서유기>는 명대의 작가 오승은이 삼장법사의 전기를 바탕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중생구제를 위한 불경을 얻기 위해 나선 인망 높은 승려 삼장의 여행기가 장장 18년에 걸쳐 펼쳐진다. 극 중 삼장법사가 얻으러 나선 ‘삼장의 진경’은 경의 가치만큼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교통의 미비로 극도로 제한적 이동만 가능하던 시기에 대륙을 가로지른 십 수년의 여행. 아마도 신의 힘과 초월적 능력의 조력자 없이는 불가능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서유기>는 드넓은 사막 너머에서 전승되고 와전된 갖가지 자연, 문화, 재해, 사유, 사건을 상상의 모험에 투영시킨다. 때로는 초월적 존재와 괴물로 은유한다. 당대에선 혁신적 사상인 자유의지와 평등을 피력한다.


금성 전집 내에선 아동 수준에 맞춰 모험 활극이 강조된 에피소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전집 내 <서유기>가 시선을 끄는 것은 절대적으로 센바 타로의 감각적인 일러스트이다. 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한 만화가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센바 타로는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그 자체로도 친밀감 높은 캐릭터, 산뜻하고 다채로운 컬러, 감각적이고 역동적 구도는 우키요에의 변주처럼 느껴진다. 센바 타로의 그래피티한 상상력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세계에 친숙함을 부여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같은 전집 내에서 <피노키오>, <명랑한 타르타랑>, <둘리틀 선생님의 항해기> 같은 모험물을 담당하게 되었을 것이다.



선, 악 모두의 운명을 주관하는 절대반지를 사수대 <반지의 제왕> 속 인물들처럼 절대불경을 위해 선택된 한 사람, 삼장법사에게도 수호대가 있다. 삼장의 삼총사들이 수행에 동참한 것은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다. 방만하던 이들은 ‘하늘이 돕고 땅이 지켜주며 삼계가 모두 알고 시방의 신들이 하나같이 보호해주는’ 가운데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통해 성숙해진다.

불교와 도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서유기> 속 여정은 모든 존재가 맞물리는 참선과 수행 끝에 더 나은, 의미 있는 존재로 올라서는 여정이기도 한 셈이다.


삼장법사, 근두운을 탄 손오공, 저팔계와 사오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익숙한 캐릭터들은 우리가 이 작품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고전의 경우 더욱 이런 착각에 빠지기 쉽지만 실제로 시간을 들여 읽었을 때 전혀 다른 작품을 만나곤 한다. <서유기> 또한 <날아라 슈퍼 보드>로만 인지되기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못지않은 상상과 철학적 사유로 가득한 멋진 작품이다.





@출처 및 인용/ 

서유기, 오승은 (西遊記, 吳承恩)

금성 칼라명작 소년소녀 세계문학 10권 동양 편, 서유기 (금성출판사, 1979, 번역 이준범, 일러스트 센바 타로 センバ太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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