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나는 회사에서 상사와 크게 충돌했다. 우리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고, 상사의 말 한마디에 나는 지옥을 헤매었다. 상사에게 완전히 휘둘렸고, 그 지옥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음에 지쳐버리고 말았다. 결국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나는 정신과에서 안정제를 처방받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고생을 했고, 상담을 받으며 회사 상황이 진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작년 일, 그때 느꼈던 감정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잊기도 했고 잘 지낸다.
요즘 우리 부서에 작년에 내가 겪었던 똑같은 일을 겪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했을 만큼 두 사람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나에게 더 이상 불만과 힘듦을 감출 수 없을 만큼 두 사람은 많이 지쳐있었다. 나는 그저 묵묵히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해줄 뿐, 해결책을 주거나 앞에 나서서 도와주진 못한다.
오늘도 묵묵히 그녀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작년에 내 옆에도 내 얘기를 들어주고 흔들리는 나를 잡아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 중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입사선배였다. 상사의 괴롭힘을 앞에 나서서 막아주고, 그 상사와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업무처리도 대신해주었다. 그리고 매일 같이 퇴근하면 전화를 걸어 혼자서 흔들릴 나를 다독여주었다. 그때는 힘든 감정에 취해서 선배가 나에게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미쳐 알지 못했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선배에게 많이 의지했고, 선배 같은 사람이 곁에 있어서 그 힘든 상황을 빨리 벗어날 수 있었음을 깨달았다. 한참 이 지나고 나서 안 일이지만. 선배는 상사에게 끊임없이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었다고 한다.
지금 그때의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상황에 힘들어하는 두 사람에겐 선배와 같은 사람이 없다. 이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는 나로선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되려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선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지금은 인사발령으로 선배와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선배에게 오랜만에 톡을 해서 그때 고마웠다고, 선배가 있어서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좀 닭살스러운 멘트였는데, 대답이…
‘알면 다행이다’
선배, 우리는 역시 데면데면한 사이가 어울리군요.
그래도 감사해요. 선배가 있어서 정말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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