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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Sep 11. 2021

올해 더 행복해 보이는 너

풍요와 감사에 집중하는 일상은 생각보다 어렵다. 회사생활, 가족, 친구 등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의 마찰, 어떤 상황이 주는 짜증과 불만이 시시각각 나의 마음을 흔든다. 나도 모르게 '아 짜증 나'를 내뱉고 만다. 내뱉고 나서 늘 후회하는 것도 무한 반복되는 루프 같다.


개인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장 크게 느끼는 날이 생일인 것 같다. 평소 잊고 지내던 사람들, 의외의 사람들에게 받는 생일 축하 인사는 특히 더 감사하다.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요새는 카카오톡이 생일 알람을 해주기 때문에 누군가의 생일을 잊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지만, 알람이 뜬다고 해서 모두가 축하인사를 해주진 않으니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


물론 여기에는 반전도 있다. 적어도 너에게, 그 사람에게 기대했던 인사를 받지 못하면 긍정이고 감사고, 풍요고 뭐든 간에 사정없이 마음이 요동친다. 서운함을 감출 수 없고 바로 마음은 부정의 끝을 달리게 된다. 여기서 부정적 감정에 '나는 너에게 어떻게 해줬는데?'라는 MSG 한 스푼을 얹으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얼마 전 내 생일에 겪은 실제 감정이다. 결론은 그 사람에게 인사도 받고 선물도 받았지만, 이미 감정이 상한 뒤라 크게 기쁘지 않았고 되려 짜증만 났다. 이 짜증 이후로 충분히 즐거울 수 있었던 생일은 엉망이 되어가는 듯했다.


짜증에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친한 친구에게 톡이 왔다. 선물과 함께 생일 축하 인사였다. 친구의 한마디에 내 마음은 쿵하고 내려앉았다.


"올해 더 행복해 보이는 너"


맞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행복하고 나 스스로도 더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작년엔 생일을 함께 보낼 남자 친구도 있었고, 생일 축하 인사도 더 많이 받았지만 작년보단 올해가 더 행복하다. 30대 초반에는 나이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생일이 돌아오는 게 싫었다. 누구랑 무엇을 하면서 보낼지도 고민이었고, 시끌벅적하게 파티를 해야 생일을 잘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생일을 앞두고 같은 생각은 하긴 했지만, 올해는 가족과 저녁을 먹고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누구와 함께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주변에는 나를 이해해주고 살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 마음에 내가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과 다짐이 24시간 유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주된 흐름으로 안착되다 보니 주변에서도 나의 변화를 느끼는 듯하다. 친구의 메시지에 풍요와 감사,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가져보려고 노력하는 나를 알아주는 이가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더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 메시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생각해보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나저나 올해 생일 선물로 램프만 다섯 개가 되었다.  다들 나에게 램프를 선물하는지,,, 심지어 똑같은 선물을   받기도 했다. 풍요가 풍요를 불러온다더니 램프 풍요에만 집중했나 보다...  램프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감사일기 #행복 #생일 #불행 #짜증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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