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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vus Aug 26. 2020

3. 영재 선발 과정은 과연 공정한가

한국에서 경험한 영재 선발 과정에서 느낀 점들

* 제목과 함께 업로드된 사진은 글의 주제가 연상된다고 느낀,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보시기에는 무관하다고 보이실지도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잘 찍힌 사진들 중에서 연상되는 사진을 골라 올리는 것이니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재에 대한 다른 정의를 살펴보기 전에, 짧게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영재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본문은 필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임을 유념하시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교육청과 각 대학의 영재교육원에서 특수목적고등학교, 각종 과학기술원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영재교육 제도 안에서 필자가 경험할 수 있었던 부분은 특수목적고등학교의 입시까지였다. 영재교육원은 상당히 긴 기간 경험했지만, 특수목적고등학교의 경우 입시가 어떠한지 살짝 발을 담그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 영재교육원의 입시 과정을 주로 다룰 것이다. 또한 2020년을 기준으로 8년~11년 전의 이야기이므로 현재의 제도와는 다를 수 있다.


  영재 선발에 대한 여러 의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면, 영재를 선발하는 것이 아닌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영재 교육의 대상자를 선발하는 과정이 과연 공정하고 적절할까? 영재 교육의 대상자를 선발하는 과정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며, 여러 차례 개선되었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여전히 허점이 존재하는데, 크게 정보의 불공정함과 영재를 찾기 위해 사용되는 제한적인 방법에서 온다.



불공정한 정보 

  영재 교육을 위한 선발 경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1) 먼저, 자신이 영재라는 것을 다른 사람, 주로 부모가 발견해야 한다. (2) 또한 그 발견이 영재성을 발현시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거나, 최소한 특수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지로 이어져야 한다. (3) 영재 교육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아이가 사는 지역의 영재 교육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언급한 각 단계는 어떠한 정도의 정보와 의지가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 사이에는 이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배경에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만약 같은 정보를 얻는다 하더라도 기반 시설에서부터 존재하는 격차가 적절한 영재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내가 교육받았던 영재교육원에는 매주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를 타고 왔다 가는 학생도 있었다. 부산 역시 굉장히 발전된 도시인데도 큰 비용을 치뤄 서울에 있는 영재교육원으로 온 데에는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보와 기반 시설의 격차가 없는 조건이더라도, 아이의 발달을 지켜보고 교육에 상당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보호자를 가진 아이가 영재 교육 제도 안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 양육자가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경제적인 격차도 영재 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재성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는 영재성을 일찍이 발견하고 적절한 환경과 자극을 제공해야 하지만, 맞벌이 등의 이유로 아이를 돌볼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 영재성은 잊히기 쉽다.


  필자의 경우, 부모님께서 나의 교육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고 영재 교육의 존재도 인지하고 계셨음에도 교육청의 영재교육원이 운영되고 있는지 모르셨다. 내가 교육청 영재교육원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정말 운이 좋게도 담임선생님과 당시 등록한 학원 선생님이 영재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고, 나를 눈여겨 봐주셨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 나름 규모가 작지 않았던 서울의 학교에서조차 학교 차원의 영재 교육에 대한 홍보가 없었다. 또한, 영재교육원에 지원하는 학생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나의 모교에서 영재교육 지원자는 여러 해 동안 항상 지원해오던 2~3명을 벗어나지 않았다. 새로 지원하는 학생도, 중간에 선발에서 탈락하거나 새로이 합격하는 학생도 적었다. 영재교육원에 지원하기 전부터 다양한 난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영재를 선발하는 제한적인 방법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인지, 의사만 있다면 영재교육원을 위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던 첫 영재교육원 입시를 마치고 난 이후부터는 학교에서 영재교육원에 지원할 학생을 자체적으로 선발하기 시작했다. '관찰추천제'가 시작된 것이다. 관찰추천제는 교사의 관찰을 통해 영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아마 영재를 발굴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가 이상이 아닌 현실에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교사는 교육학적인 소양은 갖추고 있을지 몰라도 영재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영재를 만나보지 못했거나 충분한 관찰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영재를 판별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면,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영재 상을 가지고 그 틀에 맞는 학생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틀이란, 아마 성숙하고, 성실하며, 성적이 좋은 모범생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관찰추천제에 대비하는 학원이 성행하고 있고, 필자의 학교에서는 관찰추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영재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을 내정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또한, 영재에 대한 위와 같은 인식은 미성취 영재(영재는 종종 학교에 부적응하거나 성적이 낮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를 영재교육제도 바깥으로 밀어내 버린다.


  공식적인 명칭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각 학교에서 영재교육원에 지원할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을 1차로, 이어지는 시험을 2차로, 마지막 면접 전형을 3차로 부르곤 했었다. 위의 문단에서 다룬 선발 과정은 1차에 해당한다. 2차인 지필고사는 면접전형 이전에 영재교육원 정원의 몇 배수 이내로 학생을 뽑는 목적이다. 필자가 영재교육원을 가기 위해 시험을 볼 당시 3차인 면접은 당락에 큰 영향이 없다는 소문이 많았고, 실제로 인성 면접에 가까운 형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따라서 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영재를 선발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평가요소는 지필고사일 것이다.


  필자가 가장 처음 과학영재교육원 시험에 응시했을 때, 과학적 사고와는 무관한 창의력을 측정하는 유형의 문제로 이루어진 지필고사를 보게 되었다. 당시 서점에는 영재교육원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문제집이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집에서는 실제 시험과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수록되어 영재성 검사를 대비할 수 있었다. 문제집을 통해 반복된 훈련으로 시험을 통과한다면 그런 사람들을 정말 영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당시에 시험을 치르면서도 이런 문제로 영재를 판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이후 지필고사의 유형이 바뀌어 실제로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등장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문제는 저울에 대한 문제인데, 직접 도구를 주고 실험을 설계해 답안을 작성하도록 고안된 문제였다. 시험을 통해 영재성을 평가한다면 이런 유형의 문제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여전히 지필고사라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개선할 여지가 있다.



  정리하자면, 영재로 선발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단순히 영재성을 타고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이다. 사교육을 통해 영재로 포장된 평범한 아이와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영재아가 경쟁한다면 과연 누가 선발되게 될까? 더하여, 자신이 영재가 아닌데도 영재로 선발된다면 그 아이는 영재 교육을 원활하게 따라가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예시가 극단적이지만, 영재를 발굴해야 한다는 표현은 아마 이런 문제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미성취 영재는 물론 장애를 가진 영재까지 '발굴'하여 각자에게 맞는 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영재 교육이 적절한 이들에게 행해지도록 노력해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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