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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vus Aug 28. 2020

4. 영재교육을 받았던 이야기

내가 받은 영재교육은 불만족스러웠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약 8년, 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4년간 영재교육을 받았다. 14살 때 마지막 영재교육원을 수료했고, 이제는 8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사실 그 교육 내용이 어떠했는지 자세히 적기는 어렵다. 또한 각 개인의 경험, 역량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교육을 받으며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에 대해 적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필자가 당시 받은 인상을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정규 교육이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경험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그 수준은 여전히 낮았다'이다.


  어릴 적 적은 일기를 다시 읽어보면 영재교육원은 시간 낭비라는 조금은 과격한 표현을 적을 정도로 실망했던 모양이다. 교육청 영재교육원의 경우,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초등학생은 초등학교, 중학생은 중학교였기 때문에 그에 따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소형 연구실 정도의 장비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좀 더 수준 높은 실험을 해보기를 열망했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그때 하고 싶었던 실험은 대학교 학부 전공 실험수업의 수준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이런 실험을 초중등학교 영재원에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만, 당시엔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못하는 나이였다. 더해서 영재원에서조차 내가 어떤 주제에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파고들어 탐구하는 것만큼 어떤 학문에 깊은 열정을 가진 친구를 만나보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많이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일반 학교생활을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성에 차지 않는 교육을 받고, 내가 탐구하고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 없는 것은 학교나 영재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지만, 일반적인 사교육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경험도 몇 번 있었다. 현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교육청 영재교육원은 여름 방학 때마다 현장학습을 떠났다. 현장학습은 학생이 개인적으로 참여하거나 학교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교육 수준과 환경 등 여러 면에서 더 좋았다. 또한 교과서에서만 보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날도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편광현미경으로 광석을 관찰한 날이다. 그때 찍은 사진이 아직도 남아있다.


휘석


  필자가 경험한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의 경우 어린 나이일 때부터 영재 교육과정을 시작해서 과학에 한정해 교육하지 않았고, 주제가 과학인 수업이었더라도 실험이 주된 교육 내용은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교육청 영재교육원보다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이 더 높은 수준을 보였다. 상당히 폭넓은 주제로 생각보다 깊은 부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단편적이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교육 내용을 몇 가지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1. LED 소자를 이용해 작품 만들기. 당시엔 지금처럼 LED가 대중화되기 이전이었으며, 건전지를 연결하면 빛이 나는 작은 반도체 부품은 나를 매료시켰다. 이 경험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쳐 전자회로를 공부하고 직접 다양한 회로를 만드는 취미로 이어졌다.


2. 기초적인 확률과 통계의 이해. 3~4학년 정도의 어린 초등학생들이 모인 영재교육원이었지만, 나이에 구속되지 않고 확률과 통계의 개념과 계산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고등수학 과정이며 대학교에서도 교양 통계를 수강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순열과 조합, 표준편차 등에 대해 배우고 계산할 수 있었는데, 선행학습과는 무관하게 가르친 것이었다. 낯선 개념들이었지만 평소에 접하던 평균이라는 개념에 뒤따르는 의문점을 해결해주었던 수업으로 기억한다.


3. 현실적인 발명. 발명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과 이 아이디어가 유효한지 특허 검색을 하는 방법까지 배우고 활용해 발명 아이디어를 내는 프로젝트였다.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실제로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던 선생님과 국립대학의 교수님까지 참여하는 등 수준이 높았고 마지막에는 영재학회에서 실제 청중들 앞에 나서서 아이디어에 대해 짧게 소개하는 자리까지 가질 수 있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각 영재교육원이 제공한 교육의 질은 교육 주체에 따라서 달랐다. 필자가 받았던 약 10년 전의 교육청 영재교육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영재교육보다는 방과 후 수업으로 느껴졌다. 수업 중 쉬는 시간에 먹었던 간식 혹은 저녁 식사가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초등학교 영재교육원은 각 원생의 부모님께서 돌아가며 간식을 준비해주셨고, 중학교 영재교육원은 저녁 시간에 수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중간에 학교에서 준비해주는 저녁을 먹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에나 지금이나 특수한 교육이라고 생각될 만큼 좋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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