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은 영재의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영재에 대한 정의에는 일반 지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에 논의한 Renzuli의 영재에 대한 정의에도 평균 이상의 지능은 영재의 조건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으며, 지능 검사 개발의 초기에 큰 공헌을 한 Terman은 그의 "Genetic Studies of Genius"에서 IQ를 기준으로 연구 대상자를 선별했다. 현대에 와서 영재의 정의는 지능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영재를 선발할 때조차 여러 단계에 걸쳐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IQ는 여전히 영재의 판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자가 아직은 지능검사만큼 타당하고 신뢰성 있게 영재성을 평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듯 미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교육 정책에 영재의 출현 비율을 정의하고 있다. 각 국가가 정의한 영재의 비율은 대다수의 연구자가 정의한 영재의 비율인 IQ 120~135와 거의 유사하다. 1)
반면 한국은 영재의 비율을 정의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영재 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필자가 처음 영재교육원에 지원한 2009년, 영재 교육의 혜택을 받은 학생은 전국 초, 중, 고등학생의 1%였고, 2019년엔 조금 더 증가해 1.83%에 그쳤다. 2) 약 2%인 이 비율을 단순히 IQ로 환산한다면, 약 130 정도가 될 것이다.
한국 교육청 영재 교육의 실제 선발 과정에서 지능 검사가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앞선 항목에서 이야기했지만, 여러 정의와 정책이 나타내듯 여전히 지능은 영재성의 중요한 지표이다. 그렇다면, 지능 검사를 활용하지 않고 선발된 한국의 영재 학생들의 지능은 어떨까? 이전 항목에서 소개했듯이, 교육청에서 영재를 선발하는 방법은 시험을 중심으로 시행된 전형에서 관찰추천제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이번 항목에서 영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선발된 학생의 지능 지수를 알아보고, 시험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의 지능 지수와 관찰추천제도로 선발된 학생의 지능 지수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영재로 선발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집단 사이에는 지능지수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 Raven Progressive Matrices 중 Advanced Progressive Matrices (APM)을 이용해 수도권의 중학교 2학년 일반 아동과 수도권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지능을 측정한 결과, 과학 영재 아동의 지능 검사 점수 평균값은 148.58 (표준편차 14.65)인데 반하여 일반 아동의 지능 검사 점수 평균값은 120.36 (표준편차 12.20)이었다. 이 둘의 차이는 p < 0.01로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했다. 3)
영재성을 나타낸 분야에 따라 지능 지수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한 연구도 존재한다. 수학과 정보 분야의 영재 집단이 지능 지수에서 차이를 나타내는지 연구한 결과, 두 집단 사이에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의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의 초, 중등학생 수학 영재와 정보 영재를 대상으로 웩슬러 지능검사를 시행했을 때, 전체 지능의 평균은 각각 132.1(표준편차 8.02), 130.0 (표준편차 6.0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었다. 4)
시험 전형에서 관찰추천제도로 영재 선발 방법이 바뀐 후, 각각의 방법으로 선발된 영재 집단 사이에 지능 지수의 차이가 있는지 연구한 결과 두 집단의 전체 지능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시험 전형으로 선발된 영재의 평균 지능은 129.8 (표준편차 12.1), 관찰추천제도로 선발된 영재의 평균 지능은 130.5 (표준편차 10.6)이었다. 하지만 두 그룹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는 지능의 하위 요소가 있었는데, 어휘 적용력, 이해력, 도식화 능력이다. 세 종류의 지능 모두 관찰추천제도로 선발된 영재가 더 높은 지능 점수를 얻었다. 연구를 진행한 저자들은 관찰추천제도의 첫 전형이 자기소개서이기 때문에 언어 역량이 뛰어난 학생이 유리하다는 특징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5)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볼 때 영재로 선발된 학생들의 지능 지수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지능 지수와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교육청 영재교육원의 경우 선발 과정에 있어 지능을 측정하는 과정은 배제되어 있고, 영재 선발 과정에 다양한 한계점이 존재하는데도 선발된 학생들이 평균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 심지어 그 평균값이 현재 영재 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을 단순히 IQ로 환산했을 때의 값인 130에 근접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선발 과정이 판이한 두 전형을 통해 선발된 집단의 지능 점수가 비슷하며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는 것은, 지능이 영재성을 정의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선발된 영재들 각각의 IQ를 살펴보면 범위가 상당히 넓다. 160에 달하는, ‘천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있는 반면, 영재 그룹의 평균에 가까운 130인 사람도 있고, 평균 이하인 97인 사람도 영재로 선발되었다. ‘평균적인 지능’이라고 생각되는 85~115 사이의 지능 지수를 가진 사람도 영재 그룹의 약 12.2%를 차지하고 있으며, 130 이하인 사람은 약 50%나 차지하고 있다. 지능은 분명히 영재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지능 못지않게 다른 여러 부분도 영재성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References
1) 양정모, and 진석언. "지능검사 데이터의 분석에 근거한 초등학교 영재학생의 출현 비율 추정."영재교육연구28.4 (2018): 415-438.
2) 영재교육종합데이터베이스
3) 김소아, and 박상우. "과학영재와 일반학생의 지능, 완벽주의 성향 및 스트레스."영재교육연구17.1 (2007): 173-191.
4) 신동조, 권대용, and 심재권. "정보영재와 수학영재의 특성 분석-과흥분성과 지능을 중심으로."영재교육연구29.2 (2019): 165-189.
5) 한기순, 양태연, and 박인호. "관찰-추천제는 어떤 특성의 영재를 선발하는가?: 선발시험 vs· 교사관찰추천으로 본 영재들의 지능, 진로유형, 자기조절 학습능력."영재교육연구24.3 (2014): 445-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