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만나다.
비가 내린다. 마음 한켠에 걱정이 앞선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전에 살던 주택으로 향한다.
국민은행에서 오는 우편물 들을 이사 한 지 2년이 되어 가고 있지만, 이사 한 아파트로 옮기지 않고 있다. 왜냐 하면 이 집으로 오고 갈 수 있는 명목을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다. 냐옹이, 네로, 나비,곰이......
몇번이나 올 때 마다 없었지만, 그래도 난 이렇게 가끔온다.
서울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집 마당에 앉아 있다., 것두 나를 유혹하듯 예쁜척.
생선 구운 냄새 때문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남아 있는 생선과 뼈를 주었다. 그애는 그 이후로 자주 우리 집을 찾았고, 어떤 날은 집안에 있는 나를 불러 내기도 했다. 진짜다.
내가 미쳐 그애 올시간에 나가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리다 현관을 두드린다.처음엔 뭔가 퉁 하길래
무슨 소린가 하고 내다 보면, 그애가 아주 예쁜 척 하고 앉아 있다.
우연일 꺼라 생각 했지만 , 몇번이고 그 일이 반복 되어 지면서 난 알았다 . 그애가 문을 두드린다고.......
그래서 난 현관 문을 살짝 열어 놓게 되었다.
사실 우리가 살던 주택은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드나 들 수밖에 없다. 한쪽은 막혀 있는 일방 통행의 길이 어서 일반 행인들이 거의 지나 다니지 않았다.
고양이가 우아하고 도도하고 예쁘다고 느낀 것은 그애를 보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애를 위해 고양이 사료도 사고 물 그릇도 따로 마련했다. 그애 이름을 냐옹이라고 나 나름대로 지어 놓고는 부르기 시작했고, 그애의 젖꼭지를 보니 어딘가에 새끼들이 있는 것 같았다.
냐옹이와 나의 관계는 거기 까지다. 더이상 진전이 없었다. 그애는 만지지도 못 하게 했고, 먹을때도 거리를 두었고, 휴식을 취 할 때도 그랬다.나도 전에 키우던 데니 (강아지)를 잃어 버리고 그애 대신으로 냐옹이를 마음에 담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그 상태가 좋았다. 책임 져야 할 관계가 아닌 것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그냥 그 상태로 우린
사이 좋게 지냈다.
서울 이사 와서 친구가 없던 내게 냐옹이는 더없이 좋은 친구였다. 자꾸 더 이상의 깊은 애정은 갖고 싶지 않았는데...나도 모르게 그애를 기다리게 되었고, 오지 않는 날은 이름을 부르며 그애가 오게 만들었다.
내게 음식을 구걸 할 지언정 우아함과 도도함을 잃지 않던 냐옹이...ㅋㅋㅋ
어느날 가면을 벗는다.
내가 잠깐 안방으로 들어 갔다 나와 보니, 냐옹이도
없고, 응접실에 애들이 먹다 남긴 순대도 사라졌다.
ㅋㅋㅋ 어쩐지 그애가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 봤었다.
난 고양이가 순대를 먹는 줄 몰랐다.
한 여름의 화창한 어느날 우리집 자동차 밑에 고양이 새끼들이 있다.
넘 귀여워서 보니 냐옹이와 똑같이 생긴 줄무늬 고양이 3마리와 검은 고양이 1마리다.
다른 집에서 냐옹이가 키우다가 주인에게 발각되어 쫓겨 난 것 같다. 얼마나 귀욥고 예쁜지......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어릴때 귀엽고 예쁘게 태어나는가 보다 .인간과 함께 공존 하기 위한 생계형 인 것이 아닌지. 인간들은 예쁘고 귀여우면 잘 돌보아 주지 않던가.이건 어디 까지나 근거 없는 나의 생각이다.
어찌 되었건 그애들은 여름을 우리 차 밑에서 잘 지냈다.비오는 날만 빼고....
어느 날 부터인지 냐옹이가 새끼들을 돌보지 않는다. 자꾸 마실을 다니고, 새끼들을 독립 시키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냐옹이와 줄무니 고양이 2마리가 소식이 없다.
남아있는 아이들에게 이름 지어 주었다.
네로...그애는 몸 전체가 까맣고 목에만 흰 나비 넥타이를 맨것같다. 똑똑하고 눈치 빠르고 현명하다.
나비...나비는 엄마를 닮아 우아하고 예쁘다.그러나 눈치가 없고 순진하고 착하다.
ㅋㅋㅋ 잘은 모르지만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오늘 그애들이 있었다면 내 발자국 소리에 벌써 큰길 까지 마중 나왔을 것이다. 그곳에 살땐 항상 그래 왔다.
비가 그쳤네.
다행이다. 이러기 때문에 정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정이란게 그렇다.
주고 싶다고 주고 안 주고 싶다고 안 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