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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 냥이 Jan 05. 2016

소설/산다는 건1

함께 생존하기

'우리들에게  무엇이 남아 있을까'

민영은 이어폰을 꽂으면서 소파에 눕는다.

<요조의  시절>이 그녀의 귀에 흐르지만 다른 생각에 정신을 쏟느냐고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늘 따라 강한 햇살이 민영이 누워 있는 곳으로 쏟아진다.

민영의 눈동자는 멀리 4년 전의 어느 시간 속을 바라보고 있다.



밤늦게까지  회식하고 온 남편 현우에게 술냄새가 난다. 현우는 식탁의자에  앉자마자 아내 민영에게 말한다

 "누가 그러는데  부부는 의리로 산다고 하더라, 너는 요즘 어때 의리로 사나?"

"누가 그래요. 믿음으로 살지~~"

"믿음이나 의리나 그게 그거아니가. 빈말이라도 남편 기분 좋게 말하면 안되나"

" 여보! 왜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기분 나빠하고 그래요. 그리고 의리와 믿음이 어떻게 똑같아요"

" 또.... 잘난 척은 엎어치나 매치나, 그게 그거지"

"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그런 말을 하고, 그리고 그건 남들이 하는 농담이 잖아요"

"너는 은근 날  무시하더라... 씨발"

"여보, 아이들이 듣겠어요"

민영은 평상시에는 남편 현우에게 말을 놓지만, 남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부부싸움을 할 때나, 밖에서 통화할 때는 존댓말을 쓴다.

민영이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현우는  부부싸움할 때 앞뒤 안 가리는 상태여서 민영은 스스로 화를 참기 위해 존댓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밖에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온다는 것을 안다.

 부부가 함께한 세월이 길어지면 다 그런 것일까, 사실 민영은 그날 현우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했다.

현우는 민영과 어떤 대화에서든 민영이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자신의 뜻과 같아 주기를 바란다.

현우 자신도 민영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 때 거의 반대가 없이 민영의 의사를 따른다.

그러나 민영은 이런 현우의 태도를 옳지 않다고 여긴다. 문제는 항상 민영의 의견에 좋다고 해놓고 나중에 일이 생겼을 때 보면, 네가 그러자고 해서 그랬다는 식의 떨떨름한 말을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현우 자신이  내놓는 의견에 무조건 자기처럼 반대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민영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OK가 아니라 서로 자신의 입장이나 의견을 맞춰가면서 가장 좋은 쪽으로  합의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남편 현우는 아니다 싶은 것도 다 좋다고 하고는 마음속에 그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민영의 사소한 말에도 화를 내거나 언제나 너는 너 멋대로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민영은 눈치만 늘어갔다. 민영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현우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사소한 말다툼이라도 민영은 남편 현우에게 큰 소리를 쳐보지 못했다.

언제나 소리치고 난리를 피우니 민영이 지레 겁을 먹는다. 하지만 남편 현우는 아내 민영을 너무 사랑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름 아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절대 민영이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어찌 보면 그들 부부는 표면적으로 볼 때는 현우가 다 맞춰주는 것 같다.

민영은 아침 출근하는 현우에게 상냥하게 아침인사를 한다.

"여보 다녀오세요~"

'그래 빨리 가라'

"그래~"

민영이 결혼하고 생긴 병중에 하나가 현우나 시댁 식구들에게 겉에 말과 속말을 동시에 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단, 민영의 기분이 나쁠 때에 한 해서기는  하지만.

오늘 아침 민영은 어제 밤에 별것 아니 것으로 삐진 남편 현우를 아침부터 상냥하게 달래는 자신이 싫었다.


그녀는 식탁에 앉는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터 였을까? 그녀의 생활에 활력이 없다.

민영은  앞으로 더 얼마나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니 산다는 게 그녀에게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그녀는 죽을 용기도 없다는 것을 안다.

TV나 신문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왜? 그들은  죽을힘으로 다해서 살지 않는지 의심이 갔다.

그러나 요즘 민영은 생각한다.

그들은 삶에 의욕이 없었던 것이다. 살아도 사는 것에 의미가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죽을힘을 다해 살겠는가.

그리고 벽에 걸린 아이들의 사진을 본다. 그래 내게는 아이들이  있어. 그들을 위해서 힘내자.


민영은 아직 클래식 음악을 틀지 않았다. 그녀의 요즘 안정제는 클래식 음악이다.

현우는 새 직장에 나가기  시작한 지 아직 일주일이 되지 않는다.

그는 퇴직하고 3년째 취업공부를 했고 시험을 3번 보았는데 그때마다 다 떨어졌다. 아직 3번을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현우는 월급은 작지만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허울 좋은 아파트 보안경비업체를   다니기로 했다.

민영은 원치 않았다. 생활은 궁핍하게 살더라도 민영은 참을 수 있었다. 민영이 얼마 되지도 않는 생활비에서도 아이들 적금도 계속 들고, 저금도 악착같이 했다. 주식에 투자한 돈으로 잘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현우가 하는데 까지 열심히 하길 바랬다. 나중에라도 후회 없도록.....


민영의 가슴은 이젠 너무도 황폐해서,  메마른 가슴에 단비라도 내려주듯 그녀의 눈에는 가끔씩 눈물이 고인다.

그렇다 그녀는   우는 것이 아니고 가슴에 물을 주는 것이라고 위로한다.


소파에 누워있는 민영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녀의 옛일은 어쩌면 비디오처럼 그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는지 그녀는 가끔은 그녀 자신을 혐오한다.

핸드폰 벨이 울린다.

"어머~  언니!"

 "야 너 빨리 안 나와~ 빨리 나오란 말이야. 나 심심해"

"언니 왜 그렇게 일찍 운동하러 간 거야"

"ㅋㅋ ㅋ 사실은 울 님을 점심에 만나기로 해서 미리 나왔지"

"장난해~"

"어~진짜인데...."

"장난치지 마~"

"빨리 나오면 말해 줄게, 돼지야~"

민영은 급히 외출 준비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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