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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 냥이 Feb 20. 2016

소설/산다는 건 2

사람은 물질에  구속된다.

민영의 외출 준비는 빠르다.  

그녀의 머리 속은 온통 진숙이 나오면 말해 준다는 것에 꽂혔다. 언제나  재잘거리기를 좋아하는 언니는 남들에게 보이는 것보다, 훨씬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진숙언니의 그런 모습을 알기에 걱정이 앞선다.

헬스장에 도착하기 전에 민영은 진숙에게 미리 전화를 한다.

"언니 거의 다 왔어요"

"그래 그럼 <이디야>에서 보자"

민영은 <이디야>로  걸어가며 진숙언니의 삶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았다.

진숙은 부자 남편과, 딸이 둘이다. 딸들은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진숙이 입고 있는 옷이며 가방은 다 얼마나 비싼가.... 사실 민영은 그게 비싼 건지도 모른다.언니가 가격대를 말해 주어서 알게된다. 진숙언니의 남편은 자상하고 친절하다.

진숙은 남편과 8년 전부터 형식적인 부부로 산다. 진숙의 남편에게는  여자가 있다. 진숙은 그 사실을 모른 체 하면서 지금껏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민영아! 손에 든 게 뭐야 "

"ㅎㅎ  언니 좋아하는 옥수수 가지고 왔어. "

"좋아  ~좋아. 그럼 이 언니가 커피 쏜다"

"언니 난 에스프레소 더블로"

" 에스프레소 투샷과 카페라떼로 주세요"

"언니 궁금해 빨리 말해 봐요. 무슨 일인지? "

"말  그대로야. 나는 좋은 친구를 하나 알게 되었어. 그 친구를 오늘 만나서 점심을 함께 했어"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그렇다. 진숙언니는 동창 친구 중에 대학 교수로 있는 정석호라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게 된 것이다. 진숙은 초등 동창모임을 나가게 되면서 정석호를 알게 되었고, 정석호가 많은 의지가 된 것 같다.

민영은 은근 짜증이 났다. 진숙언니를 정석호라는 남자가 민영에게서 가로채가는 느낌이랄까....

"언니 그 남자분은 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언니는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

"석호는 그냥 내가 안쓰러워 보이나 봐 그래서 가끔씩 만났어. 사실 나는 석호의 따뜻한 마음이 좋아"

"그럼 좋은 친구"

"응~~ 왜 무슨 이상한 상상이라도 한 거야. "

"아니 언니가 그냥 좋아하는 느낌이 들어서."

"응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석호는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친구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언니 , 언니네 아저씨도 가정을 소중히 하면서 다른 여자가 있는 거잖아. "


진숙언니는 어느 날 민영에게 자신들은 잠자리를 하지 않은지 8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때는 아저씨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민영에게 말해 주지 않아서 민영은 아저씨 편에 서서 많은 변호를 했었다.

"언니,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너무 친구 같아서 , 감정적인 필이 안돼서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부부가 꼭 그런 관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며 살 수 있어요. 그리고 남자들은 부인에게 사랑을 담아서  애정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 자신들의 생리적인 욕구 때문에  하는 경우도 많아요"

"야~너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여자에게도 그런 욕구가 있어. 나도 하고  싶다고... 그럼 내가 문제가 있는 거야.  "

"언니 그런 뜻이 아니라... 사실 나도 어느 날부터 그게 불결하게 느껴진단 말이에요."

"네가 병이다. 네가  무슨 처녀도 아니고..... 너 혹시 남편이 싫어 진거야. 넌 너무 성격적으로 마음과 행동이  똑같잖아. 남을 속일 수 없는 얼굴 표정까지도."

"에구...... 그런 거 아니에요. 난 남자들의 일방적인 그런 관계를 요구하는 상황이 싫은 거예요. 그리고 코딱지만 한 집에서 애들도 있는데 그런 게 하고 싶어요."

"야 너 코딱지는 그렇게 크니"

"언니 그게 애들이 너무 크단 말이지요. 그래서 부담스럽다는 ㅜㅜㅜ"

"너야 말로 병원 가야 한다.  뭔가 심리적으로 충격이 있지 않은 담에야......."

진숙언니는 처음엔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남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남편 몰래 산부인과에 가서 수술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수술하고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난 사실 언니의 그 말에 웃고 말았다. 관계 개선을 위해 수술하고 한 번도 써먹지 못했다니 ㅋㅋㅋ

민영은 웃을 일이 아니었는데도 자꾸 웃음이 나왔다.

"언니 그러게 그런 수술은 왜 했어"
"내가 그놈에게 여자가 있는 줄 몰랐으니 했지, 내가 알았다면 그 고통을 겪으며 하겠니. 그리고 난 처음엔 상담만 해보려 했어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부부간이라도 맛있는 반찬을 올리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잖아."

"뭐야. 그 의사 변태 아녀... 어디 여자를 반찬에 취급을 하고"

"야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언니는 왜 이혼 요구를 하지 않아. 그리고 사랑은 몸으로 하는 게 아니야. 마음이 가야 몸이 가는 거야"

" 나는 혼자 살 능력이 없어. 그리고 증거도 없는데 이혼 요구도 할 수없고. 그 사람이 우리 친정의 뒤 치다꺼리 다해주고..... 난 그냥 모른 척 살 수밖에 없어. 파헤 칠 수없어. 그리고 난 지금과 같이 물질이 주는 것에서 벗어나서는 못 살 것 같아."


진숙언니의 처지가 민영의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한 가지씩 고민과 고통이 따르나 보다. 물질적인 것의 풍요를 누려도 언니는 항상 애정애 굶주려 있다.

민영의 처지는 물질적인 것의 풍요는 없지만, 언니처럼 비참한 마음으로는 살지는 않는다.

민영이 진숙언니 처지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이혼할 것이다. 그러나 진숙언니는 물질의 풍요 속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게 뭐라고.... 앞으로 살날이 까마득한데.......

두 사람은 커피숍에서 나왔다.

오늘 따라 하늘은 더욱 높고 파랗다. 아침 비로  길가의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풍기는 이상한 냄새는 그녀의 코를 자극한다. 민영은 왜 가로수로 저 나무들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가로수로 플라타너스를 선택한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의 코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민영의 코가 너무 예민해서 때론 피곤하기도 하다. 아니다 그녀가 싫어하는 냄새에 예민할 수도 있다. 특히 플라타너스가 풍기는 냄새는 참을 수 없다.


진숙언니의 아저씨를 민영은   몇 번이나  보았지만, 겉으로는 손색이 없다. 민영은 때론 언니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민영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진숙언니의 성격상 그러지 못한다.


"언니! 우리 다른 것 배워볼까?"

"어떤 거..... 너와 나는 취향이 너무도 달라서 함께 하기 힘들것 같은데"

"그런가"


서로가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은  거리를 한참 배회했다. 그냥 말없이  두 손 잡고 걷는 것도 위안이 된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으려는 여자와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여자.

참 세상은 요지경이다.

민영은 그냥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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