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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 냥이 Dec 28. 2015

고스톱

경험하기 전에는 말을 하지 말자.

5시 40분.... 밤을 꼬박 새웠다.

이상하게도 정신은 말짱하고  피곤함을 느낄 수 없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퇴장할 일이 없었을 거라는 아쉬움만 남는다.

세상에 내가 맞고를 하다니 헐

결혼초에 남편이 민화투를 가르쳐주어서 몇 번인가  해봤지만... 별 재미를 느끼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화투 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우연찮게 게임 맞고를 하게 되었다. 것도 핸드폰으로 ㅜㅜ

세상에 고스톱이 이렇게 집중되면서  재미있는 줄 몰랐다.

화투장을 넘겨서 깔려 있는 화투 장에 찰싹 때리는 소리는 왜 그리 경쾌하게 들리고  또 상황마다 넣어 주는

추임새도 알아서 다 해준다.


공부를 이렇게 했다면, 지금쯤 난 무얼 하고 있을까?

공부한다고 앉아 있으면 잠부터  오더니.... 이럴 수가 있는가.....

첨엔 호기심으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상대에게  지니까... 승부욕이 생겨서 자리를 뜰 수가 없다. 10분만 더 , 한게임만 더, 하다가 새벽을 맞이 했다.

사실 퇴장만 당하지  않았어도....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러고도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가?


다행히도 난 우리 아이들에게 토요일 날짜를 게임하는 날로 주어서 게임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토요일만 했고, 밖에서 PC방 가는 것 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아이들을 믿었다.

만약 엄마 몰래 갔다면... 그 만한 이유가  있었겠거니... 했다.

내가 믿어주는 만큼 아이들도 스스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공부 빼고는  ㅠㅠㅠㅠ

남자아이들만 둘인데 , 그 애들은 참 나를 힘들게 하지 않고 잘 컸다.

엄마가 게임 때문에 밤을 새운 줄 알면, 그 애들은 아마 나보고 뭐라 할지.

군대 간  큰아들은.. 빙긋이 웃을 것이고.

둘째 아들은 "어머니가 언제  철드실지? "

라고 할 것이다.


어느 날 인가 내가 핸드폰으로 만화를 보고 있는데 작은 아들이 내게 이런 말을 한다.

" 어머니 요즘은 만화방 가서 책 안 빌려오세요?"

" 내가 다니 던 곳이 문닫았어"

" 후후 그러세요. 전 어머니가 어느 날인가 양손에 잔뜩 순정 만화책들 들고 오시는 것 보면서 언제 철드시려나 했어요."

아무래도 맞고 하냐고 밤 새운 일은, 작은 아들한테 들키지  말아야겠다. 엄마의  품위유지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ㅜㅜ


우리 집 애들은 내가 다른 친구들  엄마와는 여러 가지로 많이 다르다고 한다.

다른 집 엄마와 같은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남편과는 아이들 문제로   많은 의견차가 있긴 했다.

거울을 보니 얼굴에 기름기가 하나도 없이 푸석한 것  같다.

세상에 맞고 하냐고 얼굴이 다 맛이 갔다. ㅎㅎ 미인은 잠 꾸러 라고  하더만 나는 미인과는 거리가 멀다.

도대체 잠이 없다.

오늘은 첫날이라 여러 가지 실수도 많고 고스톱에 대해 잘 몰라 소 많이 했지만 대충 어떻게 하는 줄 알았으니 더 이상 날 밤은 새우지 않을 것이다.

남이 했으면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을 게임 맞고...... 내가 해보니 해도 되겠더라는 요런 나쁜 심보.

 경험하지 않은 일은 입방아 찧으면 장담하고 흉보면  안 될 것 같다. 당장 내가 어떻게 할지 한 치 앞도 모른다.

생각보다 맞고 게임 나쁘지 않고 좋은 것 같다.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어서 노인들에게  권장한다고  하더니.... 이해가 된다.

나도 뇌 운동을 위해서 가끔씩  해야겠다. ㅎㅎㅎ

나의 이런 사심 있는 말이 진정성은 있는지 내가 의심스럽다.


사람이 오래 살구 볼일이라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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