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오늘에야 알았다.
그... 예쁘다고 좋아서 사진 찍고 좋아라 하던 그 꽃 이름을....
좋아하면서도 이름도 모르고, 그냥 마냥 예쁜 꽃이 봄소식 전한다고, 코만 가까이 대고 언제쯤 향도 전하려나 하고 기다리기만 했더니....
어젠 그 꽃이 바람결에 상큼함을 보낸다.
밤새 뒤척이며 그 꽃을 생각하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가려 했지만..... 조금 더 참았다.
조금 더 환한 빛으로 함께 그 꽃을 보고자.
보는 눈은 누구나 다 같은가
가장 탐스런 꽃나무에 이름도 모르는 새가 앉았다.
그새도 이 꽃나무의 향기와 자태에 날아들었나 보다.
나의 연적이다.
셔터를 누르며 나의 연적을 보낸다.
그대 매화라고 하는가.....
매화라고 전한다.
그대의 열매가 이제야 기억나니... 그래 누군가 매화라고 알려주면서 기억난 그대의 열매... 매실.
내가 둔한 건 아니다,
나는 단지 확신이 없었을 뿐이다.
네 곁을 봐라
살구라는 애도 있고, 복숭아도 있지 않느냐.
난 기억이 헷갈렸을 뿐이다. 서로 비슷하니 누가 누구인지를 몰랐던 것뿐이라고...
오늘의 나그네가(경비아저씨) 가려 쳐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몰랐겠지
네가 열매를 확실히 맺기 전까지는.....
1.
그대가 매화였는가?
네
매화라고 합니다.
그대를 몰라 봄을 꾸짖지 마라.
그대 또한 비슷한 나무들 사이에 숨어서 나를 지켜볼 뿐이니
내 어찌 그대를 알겠는가
그대는 언제나 날보고 알아보라 하지만,
내 머리가 나빠서......
그래도 그대를 향한 마음은 변함없으니 그대는 그리움이다.
이 아침도 나의 연적과 맞닿으니,
그대의 자태와 향기는 모두를 애타게 하니
내 어찌 마음 편히 낮과 밤을 지내리오.
밤새 너를 생각하며 뒤척였느니라
함박웃음으로 나를 유혹하는
너를
생각하며
상큼함으로 나를 전율케 한 너를
또
생각하면서
일찍이 너를 만나러 나가리라 생각하고 잠들기까지......
2.
그대 어찌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오
내 그대의 향에 취해 그리움에 마음 상하 리오
그대를 마음껏 좋아할 수도 없음을
그대는 봄 한때 화려하게 피었다가 열매만 남기고 사라지는 나의 그리움
사계절을 변화며 나를 보지만
나에게 손 내민 건
봄뿐이라
내 어찌 봄 한때 열렬히 애끓다.
나머지 계절을 허 한 마음을 잡고 어찌 버티라고...
그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고
나를 나무라지만
나는 잘 모르겠소
봄 한때 바람결에 살짝 향과 함박꽃 미소만으로 나를 유혹하고는
기다림의 그리움으로 나를 버려두니...
세월은 가고 내 마음은 점점 메말라 가니
나는 두려움에 떨리오
나는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려 하지만
그대의 마음은 봄뿐임을....
어찌,
모르지 않건만,
나의 상실의 시대는 반복되어지고
나의 마음은 물을 애타게 찾는
갈라진 논바닥이 되어 버렸다고..
이런 나의 뜰끊음과는 다르게
언제나, 피었다 지고 마는
너는
매화
내 가슴에 그대의 향만 남기고....
3.
마음껏 봄 만이라도 열렬히 애끓다 쓰러지리라
다시 너의 냉정 해지는
마음을 안다고 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위로하며
나는 또
길고 긴 여름, 가을, 겨울을 그리움으로,
나를 반길 봄이 오기를 기다여야만 한다.
매화
그대여
나는 세월과 함께 간다. 늦지 말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