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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장거리를 단거리로 달리려 했다.

by 구름 위 기록자

책상 위에 쌓인 첫 원고 뭉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시간을 두고 다듬기로 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원고와 기획서를 다시 쓰며 생각했다.


‘다음엔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애정과 방향성은 분명했지만, 출판사가 끌릴 만한 매력은 부족했다.
진심만으로 닿길 바랐지만, 출판은 결국 선택과 설득의 영역이었다.


“사람들이 이 작가의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그 질문이 시장의 시선에 섞여 돌아왔다.


나는 이제 막 글쓰기를 루틴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초보였다.
브런치에 매주 수요일 글을 올리는 것이 나의 작은 목표였다.
오프일엔 일기장을 다듬고, 비행 중 떠오른 생각은 메모장에 기록했다.
그렇게 모인 조각들을 꿰매듯 이어 붙여 올리는 일이 내 루틴이 되었다.


아직 글도 적고, 이름도 낯설지만 하나씩 쌓여가는 원고를 보며 다짐했다.


‘그래, 천천히 나만의 브랜딩을 구축하는 중이다.’


삶의 평범한 순간에 머무는 진심이 언젠가 나만의 색이 되기를 바란다.
내 문장은 작고 조용하지만 오래 남기를,
크고 찬란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마음에 번져 작은 울림이 되기를.


작가 제갈현열은 말했다.

“브랜딩은 히스토리다. 시간을 쌓고, 그 위에 이야기를 더하며 나만의 이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브랜딩은 오늘 시작하는 게 가장 빠르다.”


맞는 말이었다.
오늘 시작한 글이 내일의 이야기를 만들고,
내일의 이야기가 결국 나만의 이름을 빚는다.


생각해 보면, 나는 단거리 달리기처럼 글을 써왔다.
흥미가 붙자마자 빠르게 쓰고, 빠르게 결과를 기대했다.
그래서 투고 역시 다소 성급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필요한 건 조급한 질주가 아니라 오래 버티는 호흡이다.
꾸준함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내가 믿는 가치를 시간 위에 올려놓는 일임을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
반려를 받고 마음이 흔들린 이 순간조차 나의 글감이 되고,
다음 기회를 위한 발판이 된다.


언젠가 다시 나의 원고로 투고 메일을 쓸 날이 온다면,
지금보다 또렷한 목소리와 조금은 더 깊어진 색으로
문을 두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래서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맨다.
이 마라톤은 이제 막, 나만의 속도로 출발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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