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
“회의를 통해 의논해 본 결과 아쉽지만…”
인생 처음의 투고는 그렇게 실패로 돌아왔다.
그날의 공기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메일함을 닫고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기대와 허무가 뒤섞인 묘한 정적이 흘렀다.
다섯 번의 투고.
총알 다섯 발은 과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 정도로는 시도했다고 하기도 어렵다”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 그 다섯 번은,
다섯 번의 기획서 작성,
다섯 번의 자기소개 수정,
다섯 번의 긴장,
다섯 번의 기대와 좌절을 포함한
‘다섯 번의 도전 서사’였다.
시장은 냉정했지만, 그 모든 과정은 내게 벅찬 경험이었다.
시장 조사를 하고, 원고와 기획서를 준비하고,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기까지
모든 게 처음이었다.
물론 결과는 씁쓸했다.
열정을 다해 쓴 글이 단번에 외면당했다는 건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좌절 속에서 또 다른 동력이 생겨났다.
한 출판사의 피드백은 이랬다.
“주제도 진정성 있고 좋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독자가 실제로 소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요즘은 원고의 완성도뿐 아니라
작가의 팔로워 수나 마케팅 가능성도 함께 본다고 했다.
세 자릿수도 채 되지 않는 나의 팔로워는
그들의 눈에 부족해 보였을 것이다.
그들의 기준을 탓할 순 없다.
작품성과 계획, 독자에게 흥미를 유도할 힘
그 세 박자가 맞아야 출판사는 투자한다.
그래도, 내 글을 좋아해 준 독자님들이 있다.
그들의 존재가 나를 다시 앉혀놓았다.
그리고 글의 대한 열정이 내 시작이었다.
그래서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지만,
그건 내 10년의 비행 생활을 기념하며 시작된 도전이었다.
단순한 ‘해보자’가 아니었다.
내가 지나온 길, 쌓아온 시간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매들린 렌글은 말했다.
“영감은 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도중에 찾아온다.”
나는 저질렀고, 그 안에서 배웠다.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영감이었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 레이스에서 나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트랙 위에 서서,
숨을 몰아쉬며,
내가 정말 이 자체를 즐기고 있음을 느꼈다.
다시 배우고,
다시 다듬고,
다시 도전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첫 투고가 남긴
진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