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의 시간은 마치 고요한 동굴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세상과 잠시 멀어져, 내 문장만 들여다보는 고독한 침잠의 시간.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나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실패한 투고 이후, 흩어져 있던 원고를 하나의 책으로 묶기 위해 다시 원고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계획서와 샘플 원고를 준비하고 대표님께 보내드렸다.
하지만, 그 이후 그것들을 진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작업이었다.
비행에서 돌아와 호텔 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노트북을 열었다.
대표님께 준비되어 있는 샘플 이외에 원고들을 보내기 전,
최소한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오프마다 다시 원고를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덧붙여야 할 문장도 있었고, 가지치기하듯 덜어내야 할 문장도 있었다.
처음엔 맞춤법과 오타만 고치면 될 줄 안일한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모니터에서 매끄럽게 보이던 문장도,
출력해 보면 부자연스러움이 더욱 선명했다.
이건 단순히 고칠 수준이 아니었다.
목차부터 다시 짜야했다.
나는 대표님께 양해를 구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처음부터 다시 갈아엎어야 한다고.
2-3개월이면 충분하리라 여겼던 나의 예측은 결국 자만이었다.
퇴고는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일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출발한 글이,
다른 사람에게도 닿을 수 있는 이야기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내가 늘 쓰던 자연스러운 언어를,
타인의 눈과 마음에 더 가까운 언어로 바꾸는 시간이었고,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 없이 던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글을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은, 단지 나만을 위한 작업이 아니었다.
이제 나는 나 스스로만이 독자가 아니라,
나의 글을 누군가의 마음에 담아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한편, 회사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이 작업을 병행하는 일은
더욱 섬세한 균형을 요구했다.
지켜야 할 룰과 책임이 존재하는 조직 안에서,
내 진실성과 감정을 담아내야 하는 글쓰기를 병행하는 일은
의외로 생각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신중한 일이었다.
양쪽을 모두 다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매 순간 중심을 잡으며 글을 다시 써 내려갔다.
진심이 담긴 문장을 지키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그 진심을 '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보내는 순간,
그것은 더 큰 책임과 깊은 숙고를 요구했다.
때로는 내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문장이, 에피소드가
목차에서 빠져나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쓰렸다.
하지만 그 선택들을 거치며,
나는 더욱더 내가 만들어 가고, 다시 채워가는 문장 하나하나에
더욱 큰 애정을 갖게 되었다.
좋은 글은 '써낸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나은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고치고,
채워나가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호텔 방 창문 너머 보이는 공항에서 비행기의 불빛이 반짝였다.
그 빛을 바라보며 나는 노트북을 펼쳤다.
독자의 시선에서 내 글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또 고치고 또 고쳤다.
그리고
그 손끝과 내 마음에서,
글 한 편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