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저물어가던 즈음,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와 함께 만드는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공지를 보았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잠시 멈춰 섰다.
브런치의 글 한 편이 나에게 영감을 주었듯,
혹시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수 있을까?
마음속의 생각이 문장이 되고, 워드 파일 밖으로 나와 전시라는 공간에 걸린다면.
그건 얼마나 멋진 장면일까? 그 상상만으로 설렘이 차올랐다.
그리고 그 설렘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10주년’이라는 숫자는 올해 유독 나에게 특별했다.
내가 비행을 시작한 지 10년, 그리고 그 시간을 기록해보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한 올해.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던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새 10년이 되었고,
나는 그 안에서 천천히 달라졌다.
브런치 역시 수많은 작가님과 독자님의 응원으로 10년이라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일상 속에서,
브런치는 뜻밖의 새로운 목적지, 도전을 향한 비행을 제시해 주었다.
몇 달 뒤, 나의 글이 전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참을 잠들지 못했다.
미국에서의 시차 적응 같은 ‘잠이 안 오는 밤’이 아니라,
기쁨과 설렘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햇빛이 천천히 스며들던 시간에 나는 그 감정을 글로 남겼다.
전시가 열린 날, 나는 두바이에서 비행 중이라 그 자리에 직접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대신 그 공간을 채워주었다.
그들이 보내준 사진 속, 벽면에 걸린 나의 글은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 함께 조명을 받고 있었다.
그날의 공기와 온도를 직접 느낄 순 없었지만, 사진 너머로도 따스함이 전해졌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 속에서 한 관람자가 나의 글이 걸린 방향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내 글을 읽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장면만으로도 ‘어쩌면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설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진에서는, 마치 한 번 읽고 넘어간 것처럼 페이지 모서리가 살짝 접혀 있었다.
나는 그곳에 없었지만, 그 두 장면만으로도
누군가가 나의 문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 생각이 오래도록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전시장 안은 글쓰기에 대한 영감과 동기로 가득한 공간의 분위기였다.
한쪽 벽면에는 관람객들이 글을 자유롭게 써보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고,
어느새 한 면 가득 많은 사람들의 글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글이 또 다른 글을 부르고, 마음이 또 다른 마음을 깨우는 장면이었다.
나는 뽑히고 전시가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쁜 줄 알았다.
그 보다 더 기쁜 건, 이 전시를 통해서
나의 글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바쁜 시간을 쪼개 먼 길을 와준 친구와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일처럼 기뻐해준 사람들.
장난스럽게 “작가님~” 하고 말하다가도, 글을 보고 본인이 더 벅찼다고 말해준 그 마음들.
그 마음들에 내 글이 가장 먼저 닿았다는 것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꿈꿔왔던 장면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삶이 이렇게 특별한 순간들을 불쑥 건네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내 마음을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마음속에만 존재하던 문장을 세상에 건네는 용기.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빛난다.
가을이 시작되던 날, 나는 오래 품어온 꿈 하나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언젠가 마음속에만 머물던 꿈을 조용히 꺼내어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모양으로 세상에 걸어보게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글 한 줄이 나에게 시작의 용기가 되었듯,
여러분의 문장과 꿈도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여러분 마음 안에서 조용히 불빛을 켜고 있는 ‘그 문장 한 줄’
바로 떠오른 것이 있다면, 그건 이미 시작되고 있는 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