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비행에서
나는 한 사람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올해 발렌타인데이는 비행으로 시작했다.
엔지니어와 케이터링, 시큐리티 직원들까지
“해피 발렌타인스 데이”를 건넸다.
프리미엄 캐빈에는 핑크빛 무드등이 켜졌고
로제 샴페인이 잔에 따랐다.
트레이 위에는 초콜릿이 올랐다.
사랑은 그렇게 달콤한 얼굴로 시작했다.
보딩이 끝날 무렵,
한 노부인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다가가 말을 걸자
그녀는 여기에 있는 것이 슬프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을 위해 왔다고 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30년 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날,
빛이 나던 남편의 모습,
함께했던 찬란한 시간들.
뒤쪽 좌석에 앉은 남편은
그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간은 언제인지 모를 그 시간 안에…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를 사랑한다고,
그래서 이 비행에 올랐다고.
나는 조용히 노트와 펜을 건넸다.
“여기에 적어보는 건 어떠세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천천히 적기 시작했다.
그녀가 눈물을 훔치고 집중하는 시간 동안
나는 다시 승무원이 될 수 있었다.
비행 내내
그녀의 슬픔과 기쁨은
파도처럼 번갈아 찾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곁에 머무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것.
착륙 후,
하기를 앞두고
그녀는 노트를 들고 내게 다가왔다.
“읽어줘.”
하기가 모두 끝난 뒤
점프시트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열 장 가까운 페이지에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남편을 사랑했는지.
첫 만남이 얼마나 빛났는지.
의사가 말렸지만
사랑 때문에 이 여행을 왔다는 말.
그리고 마지막 줄.
“너는 내가 만난 크루 중에 최고의 크루였어.
고마워. 사랑해.”
나는 그 문장 위에
한참을 시선을 두었다.
열 장의 반복 뒤에
짧은 한 줄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아마
내 얼굴도, 이름도
곧 잊을 것이다.
하지만 네 시간의 비행 동안
나는 그녀의 기억 속 한 페이지였다.
그리고 그 찰나의 기억이
잠시라도
현재가 되었기를.
그 한 페이지는
이제 나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