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코로나가 하늘을 멈춰 세웠던 때였다.
비행길이 끊기고, 공항은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
그 시점에 받은 비행은
승객과 단절된 채, 내가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두려워하던 때의 스케줄이었다.
카고 플라잇.
승객 대신 화물을 싣는 비행.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고 기내에 들어섰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좌석이 사라진 자리마다 박스가 빼곡했고,
객실은 내가 알던 공간이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날, 내가 필요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날 우리의 미션은
말레이시아에서 두바이로 의료용 장갑을 실어 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15분마다 소화기를 들고 객실을 순찰했다.
적재물이 흔들리지는 않는지,
화재 위험은 없는지 확인하며
조용히 통로를 오갔다.
카트가 지나가지 않는 통로.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는 좌석.
콜벨이 울리지 않는 밤.
기내는 고요했지만
그 시간에도 세상은 가장 다급한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박스 사이를 걸으며
나는 문득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에 있던 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안전하게 잘 도착하자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 작은 상자 안에 담긴 누군가의 안전이
무사히 제자리에 닿기를 바랐다.
그 비행을 시작으로 우리는 각자 다른 것을 날렸다.
누군가는 꽃을,
누군가는 옷을,
나는 편지를.
방글라데시에서 망고를 싣고 돌아온 남편은
객실 가득 퍼진 달콤한 향을 이야기했다.
그 향 뒤에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계절과 생계가 담겨 있었을 생각에
그래서 그날은 더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의류 박스를 실어 나른 비행도 있었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시기였지만
일상은 멈추지 않았다.
옷은 여전히 만들어졌고,
누군가는 내일을 위해 그 옷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탔던 또 다른 카고 비행에서는
편지 뭉치를 실었다.
헤드트랙 위에 쌓인 우편 자루 사이로
손글씨 주소가 보였다.
정성스럽게 적힌 이름과 도시.
그 작은 봉투 안에는
안부와 걱정, 기다림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사람을 태우지 않는 비행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사람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두바이에 도착했을 때,
카고 직원들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박스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스크로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에서
묵묵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멈추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는 멈추지 말자고.
이 시간을 함께 건너가자고.
작은 움직임이 멈춤이 되지 않도록 하자고.
말없이 그렇게 다짐하는 듯했다.
그날의 비행에는
서비스도, 눈마주침도, “Thank you”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옮긴 장갑이
누군가의 손을 지켜주기를,
우리가 실은 편지가
무사히 도착하기를.
나는 비행 내내 진심으로 바랐다.
승객이 사라진 고요한 하늘길에서
비행은 사람을 태우는 일만이 아니었다.
그날 우리는 사람을 태우지 않았지만
여전히 사람을 향해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