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퍼하게 된 비행은
갑자기 편성된 추가 비행이었다.
그래서 우리 팀 역시
원래 로스터에 있던 크루가 아니라
스탠바이로 호출된 사람들이었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함께 일하게 된 동료들 역시
나와 같은 방식으로 불려 나온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아침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말보다 먼저 서로를 격려했다.
각자의 손에는
라지 사이즈의 커피가 들려 있었다.
평소 같으면
굳이 고르지 않을 만큼 화려한 음료들.
형형색색 시럽이 들어가고
휘핑크림이 높이 올라간 커피.
분명 공항 커피숍 직원들이
“안전하게 다녀오세요.”
라는 말을 건네며 건네준 커피였을 것이다.
그 커피의 이야기를 아는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조용히 웃었다.
어색한 공백이 그 웃음으로 채워졌다.
모리셔스로 향하는 비행기는
만석이 아니었다.
이 비행은 휴가 비행이라기보다
두바이에 발이 묶여 있던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비행에 가까웠다.
퍼스트와 비즈니스는
절반 정도만 차 있었고
이코노미에도
빈 좌석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기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
가족의 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섞인 공기.
서비스가 끝난 뒤
이코노미에서 한 승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비행 내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를 해주며
그의 긴장한 얼굴에 작은 웃음을 만들어 주려고 했다.
아이는 금방 웃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두바이에 3대째 살고 있는 가족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댁이 모리셔스에 있어
지금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다른 가족들은 각기 다른 나라로 흩어져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고 했다.
자신의 평생의 집을
잠시 떠나기로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오늘 이 비행기를 타기까지.
너무 힘들었다며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옆에서 디즈니 만화를 보고 있던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녀는 급히 눈물을 훔쳤다.
하기 전에
그녀는 우리에게 말했다.
“집으로 안전하게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당신들을 위해 기도할게요.”
그녀는 우리를 한 번 안아 주었다.
모든 승객이 같은 이야기를 품고
이 비행기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프리미엄 캐빈에서는
전쟁에서 잠시 벗어나
휴가처럼 시간을 보내겠다며
비행 내내 술을 마시고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같은 비행기 안에서도 전혀 다른 세계가
나란히 흐르고 있었다.
모리셔스에 도착했을 때
공항 직원들과 우리를 안내하던 스태프들이
환하게 말했다.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며칠 만의 일이었지만 마치 오래된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공항과 바다, 그리고 비행기가 어우러진 풍경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웠다.
며칠 동안 내가 있던 곳에서
밤마다 들리던 폭격 소리가
정말 꿈이었는지,
아니면
지금 이곳이 꿈인지
잠깐 헷갈릴 정도였다.
구름 뒤로 천천히 저물어 가는 해가
잔인할 만큼 아름다웠다.
이곳은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로.
새 소리만 들리는 이 평화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아마 이런 풍경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늘 밤만큼은
지난 3일 동안 잃어버렸던 잠을
조금은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용한 섬의 아침과 달리
내 마음 속 하늘은
아직 완전히 맑아지지 않았다.
어딘가에서는
지금도 누군가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늘길을 올려다보고 있을 테니까.
+ 저는 현재 모리셔스에서 두바이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쟁 속에서의 기록을 몇 화로 나누어 올리다 보니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혹시 누군가에게는 피로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그래도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때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건
결국 글을 쓰는 일이더라고요.
제가 쓴 글들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 마음의 온기를 느끼며 조금은 무력하게 느껴지는 날들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작은 화이팅을 외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이 평화롭게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구름 위의 기록자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