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라운지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by 구름 위 기록자

스탠바이 라운지에서 기다리며
나는 계속 비행 레이다 앱을 확인했다.


지금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들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시드니행 항공편이
한 시간 전쯤 이미 안전하게

이륙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좀처럼 앞으로 가지 않았다.


책을 펼쳐봤고
유튜브도 켜봤지만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같이 대기하던 크루들이
하나둘씩 불리기 시작했다.


-러시아.
-카이로.
-상파울루.


이름이 불리고
가야 할 공항 코드가 불릴 때마다
라운지의 공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그 속에서
아주 이기적인 생각도 해본다.


저 크루들이 가면
나는 불리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잠깐이라도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조금 슬펐다.


그래도.


오늘은
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였다.


손에 들고 있던 폰이 진동했고
동시에 스탠바이 모니터에
내 이름이 떴다.


“스텝 넘버 ****
구름 위 기록자
어싸인 공항 코드 MRU.”


MRU?


모리셔스였다.


나는

결국 다시 하늘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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