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굉음이 들린다.
늘 이 도시의 밤을 밝히던 건 야경과 불꽃놀이였다.
어제 하루 종일 하늘에는
격추된 미사일이 남긴 하얀 연기 자국이 길게 드리워졌다.
낮과 밤,
빛 대신, 공포의 잔향이 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분주하던 상공이
막혔다는 속보가 울렸다.
비행길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다시 닫혔다.
하늘이 닫힌 밤, 공항은 조용했고
크루 단톡방은 조용하지 않았다.
‘전쟁’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하루 종일 창밖과 휴대폰을 번갈아 보았고,
네 번의 걸프 전쟁을 겪은 시부모님은
나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다 괜찮을 거야.”
러시아 전쟁을 피해 이곳에 온 옆집 이웃, 알리나는
차 한 잔을 내밀며 등을 두드렸다.
“괜찮을 거야.”
그 평온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나는 감히 다 알 수 없지만,
그 말이 고마웠다.
많은 크루들이
닫힌 영공 때문에 돌아오지 못한 채
다른 나라에서 대기 중이다.
호텔 창문 너머로
같이 보고 있는 하늘이 언제 열릴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밤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 있었던 전쟁에서, 비행들은 많은 회항을 했고,
또 한 번은 대기 공역에서 긴 시간을 떠 있었다.
영공이 열리면
우리는 다시 올라가게 될 것이다.
겁이 나더라도, 우리의 직업은 결국 하늘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가장 불안할 때도
우리는 그 위를 지나야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행히 전기는 들어오고
와이파이는 연결된다. 커피 머신이 작동하고,
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피로를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괜찮아”라고 전할 수 있다.
그 평범함이
오늘은 기적처럼 느껴진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그네를 탄다.
굉음이 지나가자 아이들은 잠시 하늘을 본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모른 채.
우리가 그들에게
지켜주고 싶었던 건
이런 하늘이 아니었을 텐데.
동이 트자 마트 카트가 빠르게 채워지고
주유소 줄이 길어진다.
그 와중에도 근무복을 입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무서울 텐데도,
아무 말 없이 맡은 일을 한다.
그들을 보며
고개가 숙여진다.
밤새 제트가 오가고 소방차 불빛이 어둠을 가른다.
누군가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잠을 미뤘다.
3월의 시작.
하늘은 닫혀 있지만 지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평온을 빌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으로 돌아가
마음껏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오늘 밤은
조용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는 안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아부다비 (UAE 수도)에서는 위험레벨을 낮춰서
지금은 안전한 상태라고 공식적으로 말한 상태라고 하네요.
한시라도 빨리 다시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