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3일째, 나는 스탠바이였다

by 구름 위 기록자

전쟁 3일째.

아직 스케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나는 스탠바이를 받았다.


영공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상황이라
실제로 비행이 불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대기.


리스트에 올라간 비행 중 하나로
언제든지 호출될 수 있었다.


19시간 전,
회사에서 스탠바이 메시지를 받은 순간부터
마음이 조용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래, 곧 끝날 거야.”

“아침에 일어나면
전쟁이 끝났다는 뉴스가 나올 수도 있잖아.”


자고 일어나면,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져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새벽 네 시.


눈을 뜨자마자
나는 로스터 앱을 다시 열어 봤다.


내 스케줄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두바이 미국 영사관 근처에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뉴스가 떠 있었지만
내 스케줄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가족들은 괜찮을 거라며 나를 배웅했다.

“안전하게 다녀와.”


포옹과 그 말 말고는
우리가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출근하는 택시 안.


백미러로
택시 기사 아저씨가 몇 번이나 나를 힐끗 바라봤다.


나는 눈을 마주쳤지만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아저씨도 지금 출근 중인데.

나도 출근하는 거지.'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창밖의 건물들은 모두 어둡게 잠겨 있었고
그 사이로 인도와 파키스탄 노동자들을 태운
버스들이 지나갔다.


도시는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

무서워도
상황이 좋지 않아도

아침은 온다.


사람들은 각자의 두려움과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오늘의 길로 나선다.


택시에서 내리자
말이 없던 아저씨가
내 짐을 트렁크에서 내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어디를 가는지 모르지만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할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나는 잠깐 멈춰 섰다.


“아저씨도 안전한 하루 되세요.
Stay safe.”


난생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는 그렇게 축복을 받았다.


그 축복이
오늘 하루
모두에게 적용되기를 바랐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 새벽이었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가족의 걱정을 뒤로하고
누군가는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이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나는 스탠바이 라운지에 앉았다.

소파에 몸을 기대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제발…
오늘은
내 이름이 불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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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도착한 새벽의 스탠바이 라운지 그리고 피난 가방 같이 가득 채운 내 가방. 과연 불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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