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꿈에 조용히 날개를 달아주는 일
“저기요.”
만석이라 캐빈이 쉴 틈 없이 움직이던 중이었다.
그때 아주 작은 목소리 하나가
바쁨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작은 꼬마 하나가
조심스럽게 내 치마 끝을 붙잡고 있었다.
말을 꺼내기 전부터 이미 오래 기다린 표정이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췄다.
“뭐 필요한 게 있어?”
꼬마는 잠시 머뭇거리다
부끄러운 듯 몸을 조금 움츠린 채 말했다.
“칵핏에 가서
캡틴이랑 사진을 찍고 싶어요.”
멀리서 부모님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이의 바람을 대신 전하는,
조용하지만 간절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칵핏은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공간이고,
보안 규정상 사진 촬영은
쉽게 허락할 수 없는 요청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보딩 중.
캡틴과 퍼스트 오피서가
가장 집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꼬마의 손에 과자 하나를 쥐여주며 말했다.
“내가 한번 여쭤볼게.”
그리고 어머님께 조심스럽게 설명드렸다.
보안 규정, 타이밍,
확답을 드릴 수 없다는 현실까지.
어머님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꼬마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비행이 시작되자
그의 좌석은
비행기 장난감과 색칠놀이로 가득 찼다.
스크린에는 비행 경로가 표시된 지도가 떠 있었고,
그 화면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이 아이가 얼마나 비행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캐빈이 잠시 숨을 고른 틈에
나는 조용히 칵핏으로 들어갔다.
“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잠시 후 내 손에는
파란색 캡틴 모자가 들려 있었다.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
나는 그 모자를 들고 꼬마의 자리로 향했다.
엄마의 무릎 위에서 헤드폰을 쓴 채
비행기 만화에 푹 빠져 있던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먼저 알아본 건
오히려 어머님이었다.
“오 마이 갓…”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 위에 모자를 올려놓았다.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린 아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환하게 웃었다.
“꼬마 캡틴,
오늘은 네가 우리 비행의 코파일럿(Co-pilot)이야.”
사진 속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미소를 뷰파인더 너머로 바라보며
나 역시 잠시, 마음이 가벼워졌다.
캡틴이 꿈이라는 그의 말에
오늘의 이 모자가 그의 등에
아주 작은 날개 하나쯤은
달아주었기를 바랐다.
언젠가,
회사 직원들이 이용하는
일명 ‘대나무 숲’ 같은 공간에서
한 게시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승무원을 찾는 글이었다.
열세 살이던 시절,
자신의 꿈을 물어봐 준 승무원이 있었고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말에 사진을 찍어주며
“두바이에서 다시 보자”는 말을 남겨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십 년 후, 그는 정말 승무원이 되어
그 약속을 기억한 채 두바이에 왔다.
며칠 뒤 두 사람은 실제로 다시 만났고,
십 년 전과 닮은 표정으로 또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그래서 오늘, 캡틴 모자를 쓰고 웃던 그 아이의 얼굴이
나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오늘 그 꼬마의 머리 위에 올려진 작은 모자가
언젠가 그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날개 하나가 되어주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