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장실, 유료인가요?

“언어 장벽을 창의력으로 넘었던 순간”

by 구름 위 기록자

기내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승객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언어 장벽도 잦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누가 더 오래 버티나 게임을 하듯


눈치와 제스처,

그리고 창의력이 총출동한다.


어느 날, 두바이에서 제다로 향하는 비행.


제다는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가 있는 지역.
기도를 위해 이동하는

영어에 서툰 어르신 승객들이 많은 노선이었다.


갤리에서 식사 준비에 한창이던 중,
한 할아버님이 다가오시더니


아무 말 없이

내 손에 지폐 한 장을 쥐여주셨다.


“응? 이걸 왜…?”


내가 묻자,

할아버님은 아랍어로 무언가를 계속 말씀하셨다.
지폐를 다시 내 손에 꼭 쥐어주시며 말이다.


혹시 기내면세를 원하시나?
아니면 환전을 부탁하시는 걸까?
설마 팁…?


알 수 없는 추측들만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렇게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는 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그때,

할아버님은 내 손을 이끌었다.


도착한 곳은

화장실 앞.


하지만 문에는 '사용 중 / OCCUPIED'.


나는 손짓과 발짓으로 설명했다.


“안에 사람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셔야 해요~”


그러자, 할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내 손에 들린 지폐를 가리키셨다.


그리고는,

그걸

화장실 앞에 붙은 재떨이 통에 넣으려 하셨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예능 프로그램의 퀴즈 코너에 출연한 사람처럼
머릿속에서 가능한 모든 해석이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


이 화장실이

유료라고 생각하신 거였다.


문이 안 열리지 않으니,

돈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신 것.

그리고 그 작고 둥근 재떨이를

투입구라고 믿으신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승객들과의 언어 퀴즈쇼는 계속된다.


“Happy Water 주세요!”
→ 알고 보니 술이었다. 정말 Happy해지는 물


“I need total silence!”
→ 귀마개였다. 조용한 상태를 원하셨던 듯하다.


“I am not drinking Pepsi, my friend.”
→ 결국 의미는 하나. 펩시대신 코카콜라를 달라는 요청


기내는

번역기조차 때때로 끼어들 틈이 없는 순간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틈에서 우리는 종종 웃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이상하리 만치 마음이 잘 통하는 순간들.


서로를 이해하려는

작은 제스처와 태도들이

그 사이를 채운다.


그래서 오늘도 비행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조금 더

유쾌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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