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함께한 동료 승무원은 모두 아이 엄마였다.
리나는 쌍둥이 초등생의 엄마였고,
한나는 이제 막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신입(?) 엄마였다.
비행 내내 그녀들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육아’로 흘렀다.
마침 나도 요즘 “내 배우자와 닮은 아이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던 터라
귀와 눈을 크게 뜨고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나는 물었다.
“아이가 있는 삶이란 어떤 삶이야?”
리나와 한나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눈빛으로 동시에 말했다.
“세상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야.”
그 말이 내 마음을 강하게 두드렸다.
대체 그건 어떤 마음일까.
한나는 무척 지쳐 있었다.
갓난아이가 밤새 울어 비행 전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낳길 잘했어.”
리나는 아이들 학교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하필이면 밤 비행을 앞둔 날, 두 아이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한다.
목적 없는 수다였지만, 작은 입으로 전하는 하루의 이야기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순간 같아 끝까지 들어주었다고 했다.
힘들때 마다 ‘몬스터’들이라고 불리는 둘은,
그날은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기 참새들 ’이었다.
그리고 리나는 이렇게도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엄마인 나도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아.
그땐 뭐든 부족하고 서툴러서 많이 힘들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걸 이겨내게 해주는 게 아기야.
세상 사랑스러운 존재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결국 나한테 가장 큰 행복을 주더라.”
둘은 말했다.
아이들은 분명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웃음과 행복을 보여주는 순간,
그 모든 피로는 신기하게도 사라져 버린다고.
그래,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다.
내 엄마도 늘 말했다.
“나는 네가 행복하면 다 행복해.”
그럴 때면 나는 쑥스러워
“엄마 행복을 나한테서 찾지 마~”라며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숨길 수 없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과 표정에서 흘러나온다.
그 순간, 부모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한때 나는 커리어 욕심에 지쳐 있었다.
더 잘해야 한다, 더 멋진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짓눌렀다.
그때 엄마아빠는 말했다.
“세상은 더 많은 걸 얻는 데 의미가 있는 게 아니야.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전부야.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다 보면, 언젠가 큰 행복이 돼.
모두가 박수치는 걸 가져야 성공은 아니란다.
우린 이미 충분히 성공했어. 너와 동생이라는 명작을 만들었으니까.”
너라는 명작
밤샘 비행이 더 고단해질 무렵,
구석에서 한나는 휴대폰을 꺼내 아기 사진을 본다.
방금 전까지 찡그리던 얼굴이
창밖 햇살보다 더 환하게 빛난다.
세상에 단 하나, 그녀가 만든 가장 빛나는 작품.
바로 그녀의 명작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