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나는 하늘 위에서 첫 비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브런치에서는 또 다른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처음 유니폼을 입고 객실에 들어섰을 때, 내게 맡겨진 포지션은 L4.
모든 게 처음인 시점에, 승객에게 건넨 첫 “Welcome on board”는 떨림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떨림은 내 글을 처음 발행할 때의 두려움과 설렘과 똑같았다.
첫 이륙이 그러했듯, 첫 발행도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비행을 거듭하며 나는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배웠다.
예전엔 16시간 비행 후에도 곧장 도시로 뛰어나가 구경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지만,
이제는 조용히 책을 펼치고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를 돌보는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
동료의 작은 실수에 예민하던 나도, 지금은 물 한 잔을 건네며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은 무뎌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성숙의 방식이었다.
10년 동안의 여정을 더욱 빛나게 해 준 것은 사람들과의 이야기였다.
54K에 앉은 승객과 크루의 사랑이야기, 비행 내내 환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불러준 승객, 작은 것도 고맙다는 인사를 해준 승객, 그 따뜻한 시선들은 긴 비행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었다.
또 다른 순간엔 심폐소생술을 하며 간절히 기적을 바라기도 했다.
이런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세상에 처음 내놓은 활주로가 바로 브런치스토리였다.
발행 버튼을 누르던 날, 심장은 첫 비행만큼 떨렸다. 그 설렘 끝에 내 글은 무사히 독자의 마음
속에 착륙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라는 반응은 기내에서 받는 미소처럼 나를 빛나게 했다. 글은 내게 또 하나의 비행이 되었고, 브런치는 그 비행을 떠나게 해 준 활주로였다.
그 이후로 브런치에서의 글 쓰는 날들은 또 다른 비행 일지가 되었다. 구독자와의 대화는 기내에서 나누는 짧은 인사처럼 소중했고, 다른 작가님의 글은 라운지에서 나눈 담소처럼 나를 더 성숙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글이라는 비행은 늘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언젠가, 브런치에 쌓인 글들을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또 다른 장거리 비행으로 띄우고 싶다.
승무원을 꿈꾸는 후배에게는 길잡이가,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에게는 작은 기내 무드조명처럼 따뜻한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10년 전 나는 하늘에서 꿈을 이루었고, 지금은 브런치에서 또 다른 꿈을 키우고 있다.
하늘에서의 10년이 내게 성숙을 안겨주었다면, 브런치에서의 10년은 내 글을 익게 할 것이다.
그 여정을 나는 계속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