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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by 구름 위 기록자

“수요일마다 손녀딸 글이 기다려지더라고. 잘 읽고 있어.”

할머니의 이 말보다 더 귀한 구독자가 어디 있을까.

할머니께 수요일이 특별한 요일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큰 뿌듯함이었다.
그 말이야말로 내가 더 기쁘게 글을 기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나는 어렸을 적,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이 좋았다.
엄마의 한숨 섞인 잔소리도 할머니 등 뒤에 숨으면 다 사라졌다.
“건강하면 됐지!”라는 말은 언제나 나의 보호막이었다.
물론 지금은 안다. 엄마의 한숨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시절 내게는, 따뜻한 손길로 “내 딸 잘 부탁해~”라고 당부해 주시던 할머니가

가장 든든한 울타리였다.


할머니의 사랑은 늘 제철 과일처럼 알맞은 때에 내 곁에 놓여 있었다.
우리가 찾아갈 때마다 정성스레 준비해 주신 계절의 감, 딸기, 사과들.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그것이야말로 제철의 사랑이었다.


여섯 명이 둘러앉는 식탁 위를 가득 채운 음식들.
그건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당일 시장에서 하나하나 골라 담아 오신 사랑의 무게였다.
늘 갓 지은 밥의 향기 속에서 우리는 자라났다.


내가 유학길에 올랐을 때도 할머니는 늘 내 곁을 지켜주셨다.
카톡은 우리의 작은 다리가 되었고,
대학 졸업 때는 비행기를 타고 호주까지 오셔서 함께해 주셨다.
그리고 뉴질랜드 여행에서는 낯선 땅에서 행글라이더를 타시며 활짝 웃으셨다.
세상 모든 도전을 기꺼이 즐기시는 얼굴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최근 두바이에 오셨을 때도 그러셨다.
낯선 음식들을 맛보며 눈을 반짝이시고,
내가 전하는 이야기마다 “고맙다”라고 답하시며 배우려는 마음을 보여주셨다.
고단한 여정에도 “재미있다, 신기하다”를 연발하시던 모습.
그 말속에서 나는 여전히 세상을 배우려는 멋쟁이 할머니를 보았다.


나의 작은 글이지만,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세상을 유영하셨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손녀의 세상을, 당신의 사랑으로 가득한 눈길로 읽어 주시길 바란다.
해외에 있어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할머니 앞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다.


할머니, 내 행복의 8할은 할머니 덕이예요.
이 글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독자이신 할머니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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