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방심은 금물!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가장 관심 있고 또한 염려스러운 게 바로 건강이다. 건강을 잃게 되면 정말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수없이 봐오며 살아왔던지라 안부를 여쭙게 되면 항상 "건강하시죠?"라는 말이 먼저 나오게 된다.
바쁜 일상 속을 살면서 우선순위로 두는 것들이 있다. 여기에 몰두하다 보면 다른 일을 놓치게 될 수 있는데 조금 전에 이러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점심을 먹은 뒤 글감이 떠올라 브런치에 글 쓰는 나머지 점심 먹자마자 바로 해야 하는 '밥통 전기코드 꼽기'를 그만 놓치고 만 것이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굳이 밝히지 않겠다)
오후 두 시를 넘기고 엄마가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확인하신 뒤 말 끝에 '이놈의 가시나!'라고 하셨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어쩐지 뭔가 허전하고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거였구나라고. 이것도 완전히 잊어버린 채 글 쓰고 또 아무도 없다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있었구나.
그러면서 순간 그리고 문득 겁이 났다. 가족력 때문이기도 해서 혹시 내가 치매 조기증상이 아닐까? 옛날에 티비 방송이나 신문에서 자가 진단 같은 걸 본 기억이 있었지만 명확한 정리가 당장 필요했다. 그래서 얼른 코파일럿을 열었다. 결론적으로 얻은 첫 번째 대답은 이거였다.
그러면서 끝에 자가진단을 받으시겠습니까?라고 묻길래 네 해서 했는데 치매는 아닌 듯했다. 내가 주로 까먹는 건 A랑 B 중에서 전자의 일이 더 중요해서 거기에 몰두한 나머지 후자를 까먹는다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순위에 대해 언급하며 또 질문을 이어간 결과, 단순 건망증으로 판명 났다.
물론 얘는 어디까지나 기계의 한 종류일 뿐이므로 이 결과에 대해 백 퍼센트 신뢰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이것도 어차피 기존의 방대한 자료들을 학습한 결과로 나온 것이기에 무조건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어쩌면 이 상황이라면 병원의사들은 무조건 "치매입니다. 약 드세요."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내년부터는 더 지혜롭게 살기로 다짐했으니까 내일부터라도 점심 먹고 바로 코드선 꼽는 거 까먹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머리를 최대한 빨리 회전시켜 제1순위에 온 마음과 정신을 집중시켜야겠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와 언어공부에도 계속 매진하여 치매가 오는 가능성을 최소화해야겠다.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한들 걸릴 사람은 결국 걸리게 되어있다. 수십 년간 치매 연구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걸렸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