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소담 Jul 02. 2018

아일랜드 바다수영 Challenge!

내 안의 잊혀진 야생성을 찾아서 _ 얼음장 바다에서 살아남기

나는 아일랜드에서도 일년 내내 반팔을 못입기로 소문이 난 바다마을 골웨이에서 살고 있다. 어딘가에서 본 아티클에서, 아일랜드는 출근길 비올 확률이 가장 높은 동네라 했다. 그리하야 출퇴근 자전거 라이더들을 늘 시험에 들게 하기도 한다고. 특히나 추위에 약한 나는 이곳 날씨에 적응하는데 꼬박 일년이 걸렸다. 하루에도 백번씩 날씨가 바뀌는 이 곳에서는(뻥이 아니라는 것을 와보면 안다...), 비님이 햇님처럼 늘 우리와 함께한다. 특히나 장이라도 보고 오는 찰나에 거센 비바람이 불어주시면, 온 얼굴에 미네랄 마사지를 세차게 받으며 홀딱 젖은 꽤나 서럽고 불쌍한 유학생 뽄새가 난다..

작년에는 한여름에도 늘 가방에 얇은 패딩을 챙겨다닐만큼 추웠는데, 웬걸!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올해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아일랜드에 꽤나 여름같은 여름이 찾아왔다. 특히 이번주는 5년만에 처음으로 30도를 육박하는 온도가 (잠깐) 찾아올 예정이라고. 선풍기 한 대 있을리가 만무한 아일랜드 가정을 위해, 뉴스에서는 커튼을 치고 해를 차단하라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다. 학교 동기에게 선풍기 없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니, 아.. 창문 열면 돼! (어차피 바람은 춥다는 가정하에ㅋㅋ) 라며 쿨내를. 여튼, 여름방학과 함께 요즘 내가 빠져있는 얼음장 바다 수영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다.


골웨이의 핫플레이스 _ Blackrock diving tower



골웨이의 바닷물은 9월쯤이 가장 따뜻하다고 한다. (단, 이곳 사람들의 "물이 따뜻하다"라는 말은 우리의 기준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결코 결코 잊지 말 것..ㅋㅋ) 아무리 9월이라 한들, 우리가 생각하는 따뜻한 물 속에서의 수영이 이곳에서는 불가하다. 그리하여 아이리시들은 어차피 물이 늘 차가운 거, 계절을 가리지 않고 그냥 언제나 수영을 잘 한다. 한겨울에도 가끔 떼를 지어 바닷물에 뛰어드는 축제가 있을만큼, 이 곳 사람들은 찬물 수영에 특화되어 있는 듯 하다.

우리 학교 동기들은 한달 주기로 Full moon swim! 이라는 이메일을 보내온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겨울이든 여름이든 달과 함께 수영을 하러간다. 말로 들으면 뭔가 되게 낭만적이게 들린다만, 막상 가보면 특히 겨울에는 수영이라기보단, 우다다 뛰어 들어갔다 냅다 뛰쳐 나오는 수준일 때가 많다. 한번은 겨울에 따라가 발을 담궜는데 그 살을 에이는 차가움에 이 사람들은 미친 것이 분명하다며 기겁을 한적이 있다.; 그런데 인체의 신비는 정말로 대단한 것이, 찬물에 몸을 담궜다 나오면 얼음장 같았던 발이 금세 뜨거워진다. 죽지 않으려 온몸에 피가 뿜뿜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손발도 차고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편인데,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왠지 머리가 환해지며 피가 도는 기분이다. 이래서 그렇게들 찬 바다에 들어가는 것인가.



물이 아직 차기 전은 이렇게 조용하지만,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온동네 틴에이져들이 쉬지않고 뛰어내리는 곳.


나의 수영메이트는 올리브라는 친구인데, 그녀는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리쉬이고, Blackrock diving tower 에서 수영하는 걸 즐긴다. 나는 여기 바다에 발을 담궈본 이후로, 아니 겨울이건 여름이건 발을 담글 때마다.. 그 어마무시한 차가움에 매번 놀라며 내가 아일랜드에서 수영을 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지만. 학교다닌지 1년, 무기력에 휩싸여 있던 몸도 마음도 조금씩 구름이 걷히며, 1년 동안 암것도 안해 심심한 마음이 더해지고, 올리브의 끈질긴 꼬임에 탄력을 받아, 에라 모르겠다 하며 첫 번째 풍덩을 감행하게 된다.

첫 수영은 저번 달쯤이었던 것 같은데, 날이 이례적으로 꽤 따뜻한 날이었음에도 물은 역시나 그지같이 차가웠다.; 이왕 왔으니 이를 악물고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한 발씩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그르치 꽤 독한 사람이긴 하지 하는 생각을 새삼하며 끝까지 몸을 담갔다. 블랙다이빙대 근처에 동양인은 나하나였는데, 나는 어찌보면 래시가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기 계시던 한국선생님께 물려받은 기모등산복과 운동용 반바지를 착용하고 바다로 들어갔다. 비키니를 입기엔 넘나 추웠고 wet suit(잠수복같은 것)은 넘나 비쌌기에.; 왜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사실에서 뭔가 나도 성공해내고 싶은 자극과 용기가 밀려왔다.

바다 속에서 어쩌다 만난 우리학교 졸업생 브렌든이란 사람이, 이빨을 달달거리는 동시에 웃으며 "춥지? 춥긴 한데 좀만 버티다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봐, 그럼 훨씬 따뜻할거야!" 라는 말을 해서 ^^^^그럴리가 없지만 살기 위해 잠시 나갔다 들어와 봤는데, 아니 이게 웬걸, 정말 아까보다는 좀 더 따뜻해진 기분이었다.(여기서 다시 한 번 반복하자면, '따뜻'은 그 '따뜻'이 아닙니다.) 몇 번의 수영을 마치고 난 지금 깨달은 이유는 아마도 내 몸의 감각세포가 다 찬물에 일시로 죽어버려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해졌기 때문에 추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아일랜드 바다수영의 팁을 굳이 써본다면 이러하다.

1. 우선 순차적으로 몸을 담그며 들어가되, 몸을 다 담그는데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 안된다. (물도 추운데 움직이지 않으며 가만히 서있는 것은 자살행위) 제자리에서 퐁퐁 뛰며 순차적으로 몸을 담근다.
2. 들어간 후 내가 정말 죽을라고 환장했납다 싶게 추워도 한번만 믿고 온몸의 감각세포가 일시로 정신을 잃고 피를 미친듯 돌리기 시작할 때까지 버텨준다.(약 1~2분)
3. 날씨가 제법 추운 편이라면 머리를 적시지 않는다. 
4. 뭔가 이제 추위가 덜하다 싶을 때, 잠시 나가서 몸의 체온을 살짝 높여주었다가 다시 물에 들어간다. 그러면 정말 내가 미친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5. 그렇지만 그것은 내 몸의 감각세포가 기절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너무 오랜시간 안에 머물지 않고 날씨에 따라 약 10분~20분 정도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반복하며 수영을 한다.
6. 그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 몸이 살짝 으슬으슬 할 것 같다 싶을 때 바로 수영을 접으면 된다. 뻣뻣해진몸을 응원하며 최대한 빨리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혹시 그럴리가 없겠지만 겨울 바다 수영에 도전한다면 핫워터바틀(핫팩)을 챙겨 오는 것도 팁이다.
7. 혈액순환계 리셋완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의 깨운함을 만끽한다!  

그리하여 무사히 지금껏 총 여섯 번의 수영을 마친 나는, 다이빙대 위의 젊은이들 사이에 낑겨 다이빙과 점프를 연습하고 있다는 용감한 사실.! 올 여름 수영을 조금 더 할 수 있도록 날씨님이 협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포호호. 그럼 수영일기가 이어지길 바라며, 저는 내일도 수영을 하러 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정말 변화를 원할까 - 알렉산더 테크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