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더블린 근교, Howth 여행기
2018.09.20
맘 같아선 따뜻한 나라로 슝 떠나서 따뜻한 물에 몸 좀 담그고 싶다만, 하루 전에 급 여행을 계획하는 관계로 + 돈의 상황상 아일랜드 여행을 시도하기로. 우리는 주구장창 남쪽 Killarney 부근과 북쪽 Donegal 여행만 해왔어서, 이번에는 동쪽을 탐험해 보기로 했다. 우선 Wicklow 쪽으로 향해 보기로.
그리하여 아일랜드 동쪽 동네 여행 첫 날!
코스를 짜오시라 맡기니 오빠는 더블린 trinity college 도서관과 Howth 를 집어왔다. 지난번 학교 친구들과 다녀온 Howth는 가볍게 걷기 좋은 바닷가 절벽 코스가 있다. 여기서 가볍게 걷기 좋은에 밑줄을 친 이유가 있다...
혹시나, 아일랜드 친구들이 하이킹을 함께 가자고 할 땐 난이도 확인을 반드시 해야한다. 왜냐하면.. 아일랜드의 대자연에서 자라왔고 하이킹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주로 나무타기 같은 것들이 일상이던 어린시절을 보내온 사람들일 수 있고,
그리고 요런 분들이 흔히 해 온 하이킹은 bog(아일랜드형 늪지)로 발이 허벅지까지 빠질 수도 있는 이런 벌판이거나(저 끝은 낭떠러지..),
길 따위는 없이 염소 똥을 따라가는 것만이 최선인, 넘우 미끄러워 그야말로 네 발(?)을 사용해야 하는 요런 곳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잠시 번외로 이들이 나를 데리고 간 첫 번째 코스는 Benbulbin 이라는 어마무시한 곳이었다. 무려 누군가는(아까 저 나무탄 잉간..) "쉽다"고 말해서 신발이 없던 난 심지어 등산화도 안신고 양털부츠 사서 신고 갔다가 하루만에 신발을 버려야했던; 그런 곳..
바로 이 곳; 저 맨 위에 돌처럼 생긴 절벽을 보러 간 게 아니라, 우리는 그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었다.. (응?) 염소똥을 따라, 한발자국씩..
혹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름은 밴벌빈, 최소 6시간 소요, 지리를 아시는 분과 함께 가시길. 사실 그들도 책에 나온 주먹만한 그림지도 들고 다니긴 합니다만..ㅋㅋ
아일랜드 등산에서는 거의 80%는 안개와 비와 바람, 10%는 bog, 10%는 염소똥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방수가 되는 등산복과 등산화, 방한을 위한 모자는 필수이다. 3시간 이상의 등산이라면 그럼에도 몸은 반드시 젖으므로 여분의 옷과 속옷을 꼭 챙겨가야 한다.
여하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Howth 는 그런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무려 도보가 마련되어 있는!! 아래 사진과 같은 길이 산을 둘러 쭉 이어지며, 약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벼운 걷기 코스라고 보면 된다. 맑은 날에 가는 것을 추천하지만,(맑은 날이 있다면 말이다..) 아일랜드는 늘 그렇듯, 비가 오면 언제나 무지개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곳이니 기대를 해보아도 좋다.
코스가 시작되는 곳까지 차를 끌고 올 수 있으나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주차장이 꽉 차기도 한다. 항구까지 걸어서 꽤 걸리기는 하지만, 지난번 학교 친구는 항구 근처에 차대고 걸어 올라옴.
초반 저 멀리에 외딴 섬이 보이는 풍광이 멋지다. 섬의 이름은 Ireland's eye. 원래 켈트족의 시대에는 Eria's island 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Eria 는 누구였을까? 시간이 흐르며 Eria 라는 단어는 Éireann(Ireland - 아일랜드를 칭하는 게일어;아일랜드 언어)가 되었고, Island 는 바이킹들의 언어인 Ey로 대체되어 결국 발음이 비슷한 Ireland's eye가 되었다고 한다. 항구에서 투어 보트를 타고 섬 주변을 돌고 올 수 도 있고(10유로), 섬에 내려 교회를 구경하고 올 수도 있다고.(15유로) 운이 좋으면 물개를 만나게 되거나, 갈매기들을 아주 많이 많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조금 무섭긴 하지만.
Howth로 다시 돌아와, 호쓰는 곳곳에 고스와 헤더 꽃이 피어있어 사진찍기에 참 좋다. 아이리시들이 말해줬는데 혹시나 절벽에서 떨어지게 되면 헤더꽃(보라색)을 잡으라 한다. 뿌리가 질기고 깊어서 매달려 있을 수 있다고;; (ㅠㅠ) 노란색 꽃 고스는 아일랜드 전역에 여기저기 피어있는 것을 늘 볼 수 있는데, 먹을 수도 있다고 하니, 꽃잎을 따서 샐러드 장식에 쓸 수도 있겠다. 그치만 가시가 악소리 나게 따가우니 고스 밭을 지날 땐 조심해야 한다.
꽤 걷다 보면 저 밑에 요러한 자갈 해변이 나오고, 그 해변에 사람들이!! 거닐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체 어떻게 내려간거지!? 엉덩이 미끄럼틀타고 고스 까시 찔리며 내려갔나 싶었는데, 해변 위 어딘가에 숨겨진 계단이 있다. 진짜 예쁜 돌들이 많아 몇 개 주워왔다. 자갈들이 파도에 쓸려 왔다 가는 소리가 몽돌해변 뺨친다. 계단 내려가는게 좀 무섭긴 하지만, 추천함!
쭉쭉 가다보면 등대가 나온다. 등대까지 갈 수는 없어 옆 길로 좀 걷다가 요러한 풍경 앞에 멈춰 저 집엔 누가 사나 하고 바라본다. 우리는 이쯤에서 더 가지 않고 같은 길로 돌아나왔다.
사진도 실컷 찍고 잘 걷다 내려오면, 분위기 좋은 항구에서 식사를 하면 된다. (이번에 우린 자린고비 여행 중이라 안했지만) 예전 동기들이랑 갔을 때, 더블린에 살았던 올리브는 해산물이 맛있다고 추천해주었지만 일행 중 한명이 굳이 피자가 먹고 싶다하여 The dog house 라는 곳에서 밥을 먹었다. 작고 구여운 기차역 옆에 있다. 더블린에서 올 때는 요 기차역으로 내리고, 31번 버스를 타면 걷기 코스 근처에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더독하우스 분위기도 좋고, 해산물 파스타가 매우 맛있었음!! 피자는 엄청 조그마한게 나와서 친구 화남.; 결국 그는 욕하믄서 피자 두 개 시켜먹음..
주말에는 Howth market 이 열리기도 하고, 항구 근처에는 아일랜드의 유명한 시인 예이츠가 살던 집이 있다고 한다. 다음에 들를 땐 항구에서 시간을 좀더 여유롭게 보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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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번에 공부한 Howth 의 전설로 마무리를 해봅니다.
#Howth #Gráinne_Ní_Mháille
16세기 해적왕(?)으로 불렸던 Gráinne Ní Mháille(Grace O'malley)의 전설이 남아있는 동네. 바다와 땅을 골고루 바람처럼 누비며 다녔던 그녀는 어느날 바닷가 마을 Howth를 지나게 된다. 지역 군주였던 귀족가가 살고있는 Howth castle에 직접 들려 백작에게 예를 표하려 했으나 아니, 방문을 거절 당했다. 그리하야 그녀는 백작의 손자와 후계자를 바로 납치해버리는데, 그들의 몸값은 이러했다. "앞으로 이 성을 찾는 예상치 못한 손님들을 늘 후하게 대접할 것, 그리고 왕실 소유지인 Deer park 를 늘 모두에게 열어둘 것." 그리하여 지금 이날까지도 Deer park 는 닫히지 않고 공공장소로 열려 있으며, 성의 다이닝룸에는 갑자기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는 공간이 갖춰있다고 한다.
이 당돌하고 멋진 해적왕은 어릴적 아버지가 스페인을 향해 항해를 하러 나갈 때, 너의 긴 머리가 배 로프에 걸리니 데려갈 수 없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머리를 숭덩숭덩 짤라내어 Gráinne Mhaol(게일릭:아이리시언어로 쑥대머리 그레이스 ㅋㅋ) 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녀는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았는데, 16세기 후기, 영국이 자신의 아들들과 동생을 인질로 잡아가자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게 직접 그들을 풀어달라는 편지를 썼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그에 대한 질문을 넣어 답신을 했고, 그것에 또박또박 답하는 Gráinne 을 영국 그리니치 궁전으로 초대했다. 그녀는 그리니치 궁전에 찾아갔으나, 엘리자베스를 아일랜드의 여왕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며, 영어를 사용하지도 않고 그 둘은 라틴어로 대화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둘은 서로 거래를 일정정도 성사시키고 헤어졌다.
그녀의 걸음이 묻어있을지도 모르는 바닷가 절벽에 서서 카리스마 쪄는 해적왕의 시대를 상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