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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담 Nov 15. 2018

찬 바다에 들어가 보지 않았다면,

진정한 골웨이지안이 되는 곳, Black rock diving tower


2018.09.13




이곳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골웨이의 핫플레이스. Black rock diving tower. 바닷가 마을 골웨이 사람들은 뭔가 바다와 영혼이 이어져있는 것 같다. 틈만 나면 솔트힐 바닷길을 걷고 또 걷다가, 곧잘 이 다이빙 타워 근처에 앉아 젊은 영혼들이 풍덩거리며 다이빙 해대는 것을 구경한다. 다이빙의 주 계절은 여름, 가장 붐빌 때는 아무래도 여름 방학. 그리고 밀물 시간에 맞춰가야 한다. 밀물 시간은 매일 약 한 시간씩 바뀐단다. 한때는 저 추운 바다에 미쳤다고 저리 대차게 빠지고 싶을까, 라고 생각하던 흔한 외부인 1인이었으나... 한번 대차게 빠져보면 이빨과 뼈에 스미는 추위와 동시에 거세게 느껴지는 희열에, 아, 이맛인가, 하며 골웨이지안의 용감한 영혼이 조금 장착되는 것도 같다.  

다이빙 타워 꼭대기에는 주로 젊은이들이 와글거리지만, 이 곳은 동네 스위머들의 접선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이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이빙 타워 근처에 돌 계단을 통해 바다로 내려간다. 수영을 하고 올라온 이들은 작은 샤워기 앞에서 샤워를 하고 다시 옷을 갈아 입는다. 탈의실은 없다. 아직 세월의 한파를 덜맞은 젊은이들은 주로 여름, 해가 날 때에 등장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주인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그리 다를 것도, 뭐든 겁날 것도 없어 보이시는 멋진 동네 할무니 할아부지들이다.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눈을 조심해야한다. 자꾸만 할아부지 엉덩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 깜짝깜짝 놀라게 되기 때문이다.




여름, 첫 수영을 시작한 이래 한국에 다녀온 후 수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날씨도 13도~15도 밖에 안되는데다가 바람은 또 얼마나 불어대는지. 비는 말해 뭣하나. 요즈음의 날씨는 비비비, 아니면 해가 나더라도 언제나 비구름과 손을 꼭 잡고 등장하는 얄궂은 날씨들. 오늘 왠일로 해가 온전히 쨍해서, 루씨에게 오늘 나 수영가면 얼어죽을까?라고 물었더니 하하하하하.라며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해는 통과인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수영은 포기하고 구경이나 가자 싶어 5시쯤에 바다로 나갔다. 물론 패딩과 잠바때기를 입고. 도착하니 물이 엄청 가득 들어와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없네, 역시나 개학을 해서 애들은 학교에 간건가, 아니면 추위가 정말로 찾아온 건가. 가을이라 그런가 물색깔이 더 푸르딩딩 무서워 보였다. 물에 발이라도 담궈보니, 물은 역시 덜 차다. 9월의 바다가 가장 따뜻하다고 했지. 넓고 넓은 바다가 덥혀지는 시간은 여름내. 그리고 아쉽게도 가을이 시작되기 직전 바다는 가장 따뜻한 물을 선물한다. 들어올테면 들어와봐라, 하면서. 그 선물을 기꺼이 받는 사람은 역시나 이 찬 바람 와중에도 맨 몸으로 훌훌 바다에 들어가고 있는 할아부지 할무니들.




올 때는 빠른 길로 오느라 바닷길로 오지 않지만, 갈 때는 자전거를 끌고 이 산책로를 걷는다. 잠깐 앉아있었을 뿐인데도 바람을 맞아서 머리가 지끈거린다. 역시나 난 골웨이지안이 될려면 멀었다. 내일 부터 다시 비비비가 시작된다. 9월에 수영은 글렀겄지... 중얼대며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리 봐도 이 바닷길의 풍경은 언제나,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운 날들은 또 올테니, 바다의 선물도 나의 영혼도 열어두어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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