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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담 Nov 16. 2018

텔레파시, 소울 시스터

인간은 왜 텔레파시의 능력을 잃었을까 

나는 텔레파시의 실존을 믿는다. 왜냐면 진짜로 누군가에 대해서 생각하면 그 사람한테 연락이 오거나 하는 경험이 굉장히 많기에! 이틀 전도 그랬다. 학교 동료 랜스의 친구 리카가 놀러와서 몇 몇이 모여 함께 점심을 먹었다. 하필 그녀가 사는 곳이 덴마크의 아르후스 라는 곳이었는데, 그 곳은 나의 첫 번째 알렉산더 테크닉 선생님 하리클리아가 여름마다 워크샵을 여는 곳이다. 리카가 알렉에 관심을 보여 하리클리아와 다리를 놔주겠다고 얘기를 한참 했었는데, 그날 저녁 쌩뚱맞게 하리클리아에게 메일이 왔다. 일년에 한 번 정도 연락을 하는 그녀인데, 너가 관심있어 할 책이 나왔다며 보내 주신 메일이었다. 참말로 신기한 것. 그 덕에 나도 추천해 주실 선생님이 있느냐 물어봤다. 자꾸 이러면 곤란하다. 텔레파시에 자꾸 욕심이 생긴단 말이다.



텔레파시로 소통을 하는 호주의 원주민들은 도대체 그런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너네는 어떻게 그런 기계(전화기)에서 멀리 떨어진 목소리를 오가게 하냐며, 그게 더 신기하다고 답한다. (생각해보면 그렇긴 하다;) 텔레파시는 인간이 가진 고유의 능력이라고. 누구에게도 숨길 것이 없으면 모두에게 가능한 것이라 말한다. 현대의 인간들은 숨겨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텔레파시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이 설명을 읽는데 왠지 맘 깊이 설득이 됐다. 왜 인간이 텔레파시의 능력을 잃었는지에 대해. 그치만 하나도 숨기는 게 없는 삶은 도대체 어떤 삶일까? 나는 뭘 숨기고 있나? 문득 마음의 자물쇠들을 세어본다. 숨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가. 뭐가 왜 숨기고 싶나. 



하리클리아에게 답 메일을 쓰다 보니 유독 생각나는 이가 있다. 나를 소울 시스터라고 부르는 하와이의 스승 알로나. 전 직장에서 하와이 워크샵을 통역하다 만난 그녀는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름다운 하와이 할머니. 알로나가 갑자기 보고싶어 문득 메일을 보냈다. 왜인지 보름달을 보니 하와이 바다 어딘가에서 그녀가 날 생각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알로나에게는 왠지 뭐든지 다 털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난 딱히 숨기고 있는 것도 별로 없다. 역시나 미스테리 같은 것 따윈 없는 시시한 인간이다. 



아깐 6시 즈음 볕이 가장 노랗게 익었을 때 혼자 달리기 겸 산책을 나갔는데, 빛이 너무 너무 좋아 한 시간을 맴맴 걸었다. 하늘은 높고, 새들은 목소리도 곱고, 엉덩이는 따숩고, 모든 것이 평화롭다. 이거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한가 싶었다. 한 껏 시시한 마음으로 텔레파시나 연구하며 살고 싶다. 



201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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