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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담 Nov 16. 2018

이상한 학교 이야기 - 알렉산더 테크닉

내가 되는 법을 배우는 곳, 아일랜드 알렉산더 테크닉 학교


현재 내가 알렉산더 테크닉을 배우고 있는 학교는 '학교'라고 불릴 때가 많지만, 좀 더 정확하게는 Alexander technique teacher training course 이다. 현재 전교생은 8명. 그렇다고 학교에 8명만 있는건 아니다. 졸업생들을 언제든지 환영하는 방침을 가진 너그러운 학교이자, 일반인도 5일은 무료로 학교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따라 많을 때는 30여명이 우글거리기도 하고, 비가 오는 금요일엔 3명이 다일 때도 있다.

마라톤 선수이자 코치인 알렉 초대선생님 말컴이 온 날. 달리기 워크샵을 하는 중인 학교의 뒷마당.


총 1년에 3학기씩 10학기를 끝내야만 졸업이다. 2,3학년이 각각 끝날 무렵 moderation 이라 불리는 시험 아닌 시험을 치룬다. moderator가 최종적으로 졸업여부를 결정한다. 졸업하면 알렉 교사들의 협회인 STAT(

The Society of Teachers of the Alexander Technique)에 교사로 등록이 되고, 알렉산더 테크닉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1,2,3학년들은 모두 함께 수업을 듣는다. 정해진 커리큘럼은 없다. 학교의 디렉터 리쳐드 맴이다. 주로, 누군가가 던진 질문으로부터 그날의 수업 내용이 정해진다. 처음 두 시간은 수업 전 몸을 푸는 시간이다. 자기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과 짝을 지어 서로 work를 하고 요런 간단한 세션을 Turn이라 부른다. 서로 핸즈온을 주고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의 습관이나 특정 문제에 대하여 아니면 그냥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시간이다. 물론 다 내키지 않으면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고, 온갖 잡다한 놀이감을 가지고 놀거나 멍을 때릴 수도 있다.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는 개인의 자유다. 사실 이 시간 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에서의 시간에 나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 고것이 알렉 학교의 매력이다. 싫으면 안해도 되고, 울고 싶으면 울고, 눕고 싶으면 눕고, 도망가고 싶으면 도망가도 된다. 몸 푸는 2시간 동안 학생들 모두 한 번씩은교사의 턴을 받는다. 리쳐드에게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선생님에게 받을 수도 있다. 놀다가 선생님이 다가오면 함께 작업을 하면 된다. 2시간이 지나면 길고 긴 티타임이 있고, 나머지 시간은 수업시간이다. 리쳐드가 너그럽지만 장난끼 넘치는 할배 웃음을 지으며 종을 친다. 사람들은 동그랗게 모여 앉거나 눕거나 서서 깔깔 아이리시 농을 치고, 수업이 시작된다.


알렉은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나며 다른 시각과 해석, 혹은 나에게 더 맞는 것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학교의 장점 중 하나는 학기마다 세계 각지의 초대 선생님들이 오신다는 점. 한 학기에 적을 때는 두 분, 많을 때는 네 분이 오시기도 한다. 새로운 선생님들을 만날 수록 배우는 것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 학교에 와 있는 이유가 더 명확해지기도 한다.


리쳐드에게 배우는 것들은 언제나 단순하지만, 특별하다. 그래서 내가 무얼 배우고 있느냐 물어본다면 사실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나는 마음의 습관에 대해서, 내가 나를 대하는 법에 대해서, 나로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듯 하다. 리쳐드는 본인 자체가 참말로 군더더기가 없다. 최소한의 말과 최소한의 눈짓, 그리고 언제나 기가 맥히게 시의적절한 유머 뿐. ㅋ 별 말 하지 않지만, 그래서 그것이 정말로 별 말임이 느껴진다. 그는 딱 그이다. 그리고 딱 나를 보아준다. 무언가 마음을 꿰뚫는 눈을 가진 것도 아니고(좀 가지긴 했지만..), 대단한 기술로 그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아주며 그 나를 나보다도 더 믿어 준다. 어쩌면 나는 그 믿음을 배우고 싶은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저 스스로를 믿는 것이 가진 힘을 배운다. 그리고 누군가가 진심으로 그저 나를 보아주는 것의 힘도.


어느 날은 리쳐드가 속닥이며 말했다. "사실은 우리가 어깨 통증이니 등 통증이니 이런 걸 없애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지만 사실 뻥이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내가 되는 법에 대한 건데 말이지. 근데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다 도망가니깐 어깨 통증 얘기부터 시작하는거야. " 그리하여 나는 그뻥에 속아 아일랜드 바닷마을에서 도를 닦고 있다..ㅋ 3년 중 벌써 절반이 갔다. 벌써 아쉽다. 그리고 별 것 없어 별 것 있는 나를 만나가는 일이 무궁무궁 기대가 된다!


학교와 햇빛.


2018.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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