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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담 Feb 23. 2019

Theraputic Riding

아일랜드 몸 마음 탐험기 _ 자원봉사의 시작! 말과 아이들을 만나며 

Photo by Jordan Sanchez on Unsplash






저번 주에는 말들에게 인사를 하고 왔다. 몸집이 압도적으로 커서 머리가 내 머리 한참 위에 있던 패디, 사람을 너무 잘 따라 멍멍이스러운 오말리, 둘이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 말썽쟁이 조랑말 단짝 골디와 진저, 아름다운 흰 말 리치, 카리스마 넘치는 흰갈색의 보스코.. 그리고 한마리 더 있는데 아직 인사를 못함. 지난 주에는 자원봉사 전반에 대해 뭔가 간단한 듯 복잡하게 설명을 듣고 잠시 오말리와 실내 몇 바퀴를 함께 걸었다. 어디를 잡고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를 배웠지만 담당자인 아일린의 아이리시 영어가 엄청나게 빨라서 절반 밖에 못알아들었다. 내 영어가 모자라니, 우선은 관찰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가기로 정해졌고, 오늘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이었다. 집에서 자전거로 15분 거리. 바람을 뚫고 도착했는데, 곧바로 세션이 시작 되어서 어리버리 쫓아다니는 것 부터 시작했다.


자원봉사의 역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side walker와 leader 역할. 30분의 theraputic riding 을 진행하는 사람은 센터장인 메리나 아일린. 그들은 코치라고 불리고 참가자에게 과제를 주며 총 지휘를 맡는다. 자원봉사자인 Side walker는 말 위에 탄 참가자 바로 옆에서 걸으며 참가자가 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관찰하며 케어하는 역할로, 참가자의 상태에 따라 한 명이 한쪽만, 혹은 두 명이 함께 양 옆에서 걷기도 한다. Leader는 말 바로 눈 옆에서 말 머리에 연결된 끈을 잡고 걸으며 말을 리딩하는 역할로 코치의 지시에 따라 말을 이끌고 말의 상태를 체크하고 케어해야 한다. 30분의 세션은 총 세 가지 코스로 이루어졌다. 


1. 일명 어드벤쳐 코스라고 불리우는, 진흙탕의 일직선 좁은 길을 걷고 오는 코스 

2. 실내/실외 넓은 공간을 거닐며 다양한 자극물(인형, 장난감, 글자, 거울 등)을 만나고 오는 코스 

3. 말 엉덩이 쪽을 바라보고 앉아 말 엉덩이 쪽에 머리를 내려놓고 몸을 맡긴 후 말 그대로 theraputic riding을 하는 코스 


요 세가지 코스 모두, 사이드워커, 리더, 코치가 참가자, 말과 함께 움직이게 된다. 사이드워커를 하며 전반적인 동선과 말과의 관계에 익숙해지면 리더 역할을 하게 될거라 했는데, 어찌 저찌 하다보니 난 오늘 사이드 워킹 두 번, 리딩 한 번을 진행했다. 뭔가 정돈되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진흙탕에서 빠지지 않는 신발 부터, 우리를 계속 졸졸 쫓아다니며 말썽을 부리는 개 두 마리 릴리와 찰리, 절대 멈추지 않는 엄청난 속도의 아이리시 수다, 개를 바라보느라 정신없는 참가자, 미친듯이 불어제끼는 바람, 치매에 걸리셔서 센터 안 어딘가를 계속 활보하시던 메리 아버님, 배가 고픈지 어디가 가려운지 자꾸 멈춰대는 말..과 함께 정신없이 걸었다. 엄청난 자극의 홍수를 마주하니 웃음이 나왔다. 알렉산더 테크닉을 연습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실전이 또 있을까. 우선 마음이 시끄러우면 바로 말에게 영향을 주기 떄문에 나는 아주 매우 평화롭다....를 주문 외우듯이 외며 말과 참가자에게만 집중하려고 애썼다. 세 번의 세션이 연달아 이어졌고, 세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말을 할 줄 아는 아이도 있었고,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들도 있었다. 자폐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 각자 모두가 얼마나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존재인지를 새삼 맑은 눈의 아이들을 통해 느낀다. 앞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을 배우는 것이 기대가 된다.


내가 리딩을 할 때는 오말리와 함께 걸었다. 배우기로는 말 머리에 연결된 끈과 고리를 잡은 후 출발하고, 멈추고, 방향을 바꿀 때 고리를 앞/뒤/옆으로 당기며 걸으라 했지만, 딱히 고리를 당기지 않고도 나의 의도와 몸의 걸음걸이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오말리는 왼쪽 오른쪽으로 잘 움직여 주었다. 별 문제 없이 잘 끝내고 나니 you are a natural!이라고 해주셔서 마구 씬이 났지만, 알렉을 배우고 디렉션을 연습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주 즐겁고 신기하게 말과 연결되는 움직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수련을 오래하신 연륜 있는 알렉 스승님들과 함께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듦.ㅎㅎ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는 것도 그렇고, 일을 잘 배우고 해낼지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그냥 편하고 재미있었다. AJ 라는 다른 봉사자의 기운도 좋았고, 메리 아버님 마이클도 너무너무 따뜻했고, 아이들 세 명의 맑은 기운도 만났고, 릴리와 찰리 콤비의 사랑도 담뿍 받았고, 오말리와 우리 오늘 너무 잘했다고 서로 칭찬도 했다. 다음 주는 학교가 늦게 끝나는 주간이라 그 다음주에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새로이 쌓이게 될 이곳의 시간들이 궁금하다. 





+ 검색해보니 한국에서는 재활승마치료라고 불리우며 진행되고 있다. 재활승마지도사 신정순님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분인 듯! 

https://www.youtube.com/watch?v=L0-oyqBdVrE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055&aid=000018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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