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도시, 그리고 주인을 닮은 집.
로마에서의 3주를 끝내고, 차를 렌트해 이탈리 북부와 남부로 여행을 간다. 분명히 긴 여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간 사는 집도 집이라고 한 달동안 한 도시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살다보면, 그것도 여행 보단 일상이 된다. 웃기게도 우리가 발견한 여행의 조건은 오래 머물 수 있는 집이 없어야 한다는 것. 집이 없으면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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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Como lake. 정말 호숫가 산등성등성이마다 마을이 있다. 어쩜 여기에 이렇게 마을을 짓고 살생각을 했을까. 조용한 호숫가 마을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동네 슈퍼에 모여 수다를 떨고 바에 옹기종기 모여 맥주를 마시는 마을 아저씨들.
곰돌이와 여기서 살라면 살겠어? 물으며 한 1년 정도는 재밌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보다 더는 지루해질것 같아. 아니면 종아리 알이 폭발하거나. 그리고 생각보다 매일 폭포 소리를 들으며 사는게 왠지 정신 건강상 좋을것 같지 않다.
이 도시 저 도시에 머무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도시가 어떤 곳인지를 좀 더 알게된다. 난 너무 시골만 있는 곳은 싫지만 풍요로운 자연의 조화는 꼭 필요하다. 교통이 나쁘지 않은 살짝 외곽에서 살면, 도시도 자연도 함께하게 되는 것 같다. 너무 평화롭고 치안이 완벽한 북쪽 코펜하겐은 의외로 별로였다. 아마도 날씨 때문이었을까.
날씨가 어떤지는 매우 중요하다. 칼바람의 런던이나 겨울에 해가 너무 짧은 곳은 꽤 괴롭다. 도시의 색감은 밝은것이 좋다. 갈색보다는 노란색 붉은색의 이탈리아가 좋다. 강물이 도시를 관통하는 곳이 좋다. 골웨이의 강가 잔디밭은 천국 같았다. 물이 흐르고 돗자리를 깔수있는 넓은 공원이 있으면 최고. lively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곳이 좋다. 사람들의 전반적인 성향과 문화가 다 다른것이 참 신기하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의 사람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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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저녁 거리를 사러 alimentari 라 불리우는 작은 슈퍼로. 없는거 빼고 다있는 곳. 슈퍼아줌마가 동전없으니 외상도 해주신다. 투마로 뜨렌따 칭퀘! 이탈리아어로 숫자를 100까지 외웠더니 쏠쏠하게 써먹는다. 뜨렌따 칭퀘! (35센트)를 함께 외치고 챠오챠오 하며 슈퍼를 나온다.
오늘은 처음으로 수영을 개시했다. 첫 호수 수영이였는데 춥고 겁많은 우리는 살짝 들어갔다가 파도에 물먹고 얼른 나왔다. ㅋㅋ 6m정도 높이의 작은 다리에서 어린애들이 잘도 뛰어내린다. 한참을 햇살에 앉아 구경했다.
나 역시 부모님과 살아왔다보니, 살게 되는 집에서 살아왔는데.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어떤 집은 너무나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어떤 집은 마음이 따숩고 편안해지기도 하고 어떤 집은 괜시리 따운되기도 하는 스스로의 반응을 보게 된다. 문득 좋은 집의 기준은 무엇인지, 언젠가 내가 내 집을 짓게 된다면 나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해본다. 물론 함께 사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겠지만서도. 공간이 갖는 힘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공간의 힘은 묘하게 그 주인을 닮아있다.
언젠가의 나의 집은. 로마집처럼 창문이 넓고 빛이 오래 들어오는 방,을 갖기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ㅎ 언젠가는 큰 창문이 달린 밝은 방에 아주 넓다란 낮은 침대와, 나에게 꼭 맞는 의자, 나무색깔이 멋스러운 책상을 놓고
방안 곳곳을 나의 색이 담긴 역사들로 채워나가고 싶다.
그리고 나를 닮은 집을 꾸밀 수 있는 충분한 나다움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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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 숙소에 이것이 있으면 정말 감사하다 시리즈
- 노트북을 똑바로 앉아서 할 수 있는 의자와 책상
- 부엌 가위 (로마집 한달내내 가위없이지냄.)
- 넓고 코팅이 존재하는 후라이팬 (삼겹살 한번에 두줄밖에 못구울 때의 갑갑시려움..)
- 감자껍질 깎는칼 (은근히 희소가치가 높다)
- 샤워헤드를 걸어놓고 샤워할수있는곳(하..)
- 해가 들어오는 창문
- 다섯개 이상의 옷걸이
- 개인 서랍장
- 냉장고 두칸 사용이 가능한곳 (미어터지는 한칸의 설움..)
- 오븐 (감자 꾸워먹기 좋아하는 곰주부)
- 커피를 제조할수있는 무언가 아무거나 (머신,모카포트,핸드드리퍼,뭐든!)
- 속 안이 깨끗한 전기포트(보통 속에 하얀괴물이 들어있음)
- 음용가능하되 맛있기까지한 수도물(로마물은 진짜로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