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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미운 사람

감정의 보험과 인격

by 지안

밉다는 표현만으로 부족하다.

미치도록 밉고, 정말 화가 난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싫어해본적이, 싫어할 일도 딱히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긴 그 '미운 사람'이 참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 내 잔잔한 인생에 돌을 던져?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 누군가를 향해 화가 날 정도로 싫은 감정이 든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어떤 일을 하다가도 불끈불끈 화가 난다.


너무나도 화가 나서 유투브에 '미치도록 미운 사람'이라고 검색을 해봤다.

김창옥TV의 '미치도록 미운 사람 대처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가장 위에 떴다.


이 영상에서 김창옥 선생님은 감정의 보험을 들어두라고 하더라.

화날 때를 대비하여 관계를 만들어두자는 것.

그 관계란 친구, 운동, 글쓰기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1. 친구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밖에 없다.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서도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한 명밖에 없다.


나는 줄곧 A의 욕을 하는 B가 있으면 A보다는, 욕을 하는 B를 멀리했다.

어차피 그 사람은 다른 곳에 가서는 나를 욕할 사람이니.

내가 하는 말이 어떻게 돌아올지 알 수 없기에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는 한 명의 친구 이외에는 속마음을 딱히 터놓고 싶은 적도 없고, 터놓을 생각도 없다.

하지만, 지금 그 친구의 상황이, 내가 아무렇게나 터놓는 부정적 얘기를 들어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다른 관계를 찾아보자.


2. 운동

올해 들어 숨쉬기 운동 말고는 아무 '운동'이랄 것은 한게 없네.


3. 글쓰기

그래. 지금은 이곳, 브런치스토리가 나에게 그런 관계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밉고 화나는 감정을 풀어내는 중이다.


김창옥 선생님이 유투브에서 한 말처럼, 끄적이다보니 화가 점점 가라 앉는다.

혼자 품고 있으면 잠복해 있었을 '분노, 미움'이라는 감정이 털어놓음과 동시에 낮은 진폭을 보인다.

휴. 쉽지 않네.


불청객이 찾아왔을 때 짜증나고 열받지만, 내가 내 마음을 잘 조절해봐야지,
불청객을 잘 대접해주면 선물을 주고 간다.
선물의 이름은 '인격'이다.


이렇게 끄적이는 것으로, '미운 사람'이 내뱉은 수많은 화살을 그저 묵묵히 받아주는 것만으로 작은 '선물'이라도 받게 되었으면.

심호흡으로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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