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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ating Kabin Sep 18. 2020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20200918 아침

현재 홍콩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네요. 이렇게 가족과 오래 떨어져 있었던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15살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며 독립하여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26살의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에서야 저는 완전한 한 인격체로서 생활해 나갑니다. 문화도 언어도 다른 곳이라 종종 곤란할 때가 있지만, 비로소 홀로서기에 성공하였다는 뿌듯함은 그 어느 가치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다음 날 새벽 쉬프트를 위해 저녁 일찍 침대에 누워 어두운 천장을 멍하니 바라볼 때면, 가끔 이유 없이 가슴이 허할 때가 있습니다.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타국에 있는 제가 마치 평행 세계에서 살아가는 듯 느껴집니다. 2020년도를 보내며 우리는 조금씩 고개를 숙이는 벼와 같이 조금 더 농익었습니다. 저 앞의 결승선을 목표하듯, 그렇게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농부가 잘 익은 벼를 거두어 가듯 언젠가는 찾아올 작별의 시간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제가 쳇바퀴 굴리듯 살아가는 동안 부모님 역시 결승선을 향해 조금씩 전진해 갑니다. 타향에 나와 있다 보면 그 점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차마 전하지 못했던 저의 속마음입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키가 한 뼘씩 자라 있는 남동생 옆에는, 세월의 옷을 한 꺼풀씩 입어 가는 당신이 있었습니다. 다시 볼 날을 기약하기 어려운 요즈음, 이렇게 짧은 편지로나마 저의 마음을 전합니다. 곧 다가올 추석 잘 보내시고요, 올해도 별 탈 없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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