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8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여차저차 해서 영주권을 받게 될 올해 9월 이후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앞으로의 6개월은 아무것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이 되어 정말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너무너무 바쁘다.
역시 호텔산업에만 국한해서 이직을 알아보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도 하고,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동경해 왔던 금융권에 도전하고 싶어서 3주 전부터 CFA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50만 원이나 되는 교재비를 덜컥 질러버린 탓이 크다. 결제한 지 2분도 채 되지 않아 구매 확정이 뜨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뜩이나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무급 휴가 때문에 주머니 사정도 영 좋지 않은 와중에 명품도 한번 사본 적 없던 내가 교재비로 50만 원을 써 버렸다. 억울해서 시작한 공부이지만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정진하고 있다. 역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터라 개념 하나를 이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는 느낌이 좋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다.
막상 한국에 돌아간다는 결정을 하니, 사직 후 일을 찾을지 아니면 서울 property로 relocation 될 기회를 찾아볼 지도 생각해 봐야 했다. 사실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큰 변화의 폭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되어 이번만큼은 과감하게 나의 운에 모든 것을 걸어 보기로 했다.
코로나로 정체되어버린 회사에서 약 3년간 승진의 기회도 없이 남들 업무까지 떠맡으며 무식하게 일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덕에 나는 3년의 탄탄한 경력과 빠른 업무능력을 착실하게 쌓을 수 있었다. (뭐든지 다 해 주는 탓에) 직장 사람들은 나를 업무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내 마음대로 일해도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는다. 무급 휴가 때문에 조금 깎이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 먹고 살기엔 꽤나 충분한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니까 퇴근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 밥도, 마스크도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생활비도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상황일수록 다른 관점에서 내 상황을 해석하고, 내가 더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해야 여러모로 보완이 된다. 긍정한다는 것은 무작정 좋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현재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틈틈이 회사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이 밀려들어올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장기하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생각해 본 결과, 역시 (1) 영주권 딸 때까지는 퇴사하지 않고 (2) 영주권을 따고서 사직서를 내는 것이 현재 다니는 회사의 업무 불균형과 기회의 부재에 깔끔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맞아떨어진다면, 10월 즈음 나는 CFA 레벨 원을 패스하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을 것이다. 가시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던 작년과 달리 이번 해에는 운도 같이 따라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스물일곱 살의 나는 그 언제보다도 나 자신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참 편하다. 나의 올해는 힘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과는 노력에 정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