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의 겨울이야
풀잎은 노래한다(the grass is singing) 이라는 책의 제목은 T.S. 엘리엇의 The Waste Land에 나오는
한 구절이기도 하다. 이것은 마지막 천둥이 한 말(what the thunder said)에 나오는데,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 바로 그러한 분위기이다. 황폐한 골짜기, 아무도 없는 황망한 곳. 번개가 친다.
메리가 그래도 잠깐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 그녀는 태양이 뜨기 전 어스름한 새벽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그녀는 겨울을 느낀다.
"마치 겨울은 그녀를 위해서, 그녀에게 활력을 다시 불어넣어주고 그녀를 무기력함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서 찾아온 것 같았다. 이건 나의 겨울이야, 메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184 페이지)
"메리는 세상 만물이 색과 형체를 되찾아 가는 것을 느꼈다. 밤은 이제 끝났다. 태양이 떠오르면 너그러운 신이 그녀에게 허락해 준 이 평화롭고 관용이 넘쳐흐르는 그녀만의 시간도 끝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328 페이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그 다음 연은 winter kept us warm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T. S. Eliot, “The Waste Land” 의 제 1부 The Burial of the Dead 중에서
후덥지근하고 답답한 곳이다. 이 곳에서 태양은 오히려 생명력을 타들어가게 만든다. 살아있다는 것의 고뇌가 느껴진다. 타인의 눈치를 살피며 한 메리와 리처드의 결혼 생활은 불행했다. 무료했지만 만족스러웠던 메리는 자신을 점점 잃어버리고, 정신이 이상해져간다. 리처드 역시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흑인 하인 마저도 무시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녀는 흑인 하인 모세에 의해 죽기 전에야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에 힘없이 의존 했다가 자신을 잃어버린 것을 느낀다. 모세가 물리적으로 메리를 죽이지 않았더라도, 이미 살아있지 않은 것이다.
"혼자서 그녀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녀가 배웠어야 할 교훈이었다. 오래전에 그 교훈을 깨달았다면, 그녀는 지금 이곳에 서 있지도 않고, 자신의 책임을 대신해 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인간이라는 존재에 힘없이 의존함으로써 다시 한 번 배반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343 페이지)
흑인과 백인,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민, 도시와 농촌 등의 이항 대립이면서 또 일종의 권력 관계이기도 한 것들이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