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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ug 09. 2015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홍상수 감독)을 보고

현실적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그녀들

서촌 길을 곧 캐나다로 떠나는 엄마와 함께 걸었고, 꿈 속에서 제인 버킨을 만나 웨스트빌리지가 어디냐는 대화를 했고, 유부남 이감독님과도 걸었고, 혼자서도 걸어갔다. 장소를 옮겨 남한산성에서도 그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이 반복 된다.


돌고 돌다 잠시 옆길로도 샜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느낌. 엄마를 기다리며 식당에서 잠이 들었고 수업을 째고 도서관에서 또 잠이 든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장면들이 지나가고 관객은 몹시도 적나라한 화면 앞에서 몽롱해진다.

북촌방향,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에서처럼 여자 주인공이 두드러진다. 그녀들의 생각과 행동은 무척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


꿈 속에서 가끔 이상한 상황에서 이상한 말과 행동이 튀어나오는 것 처럼. 그러다가 갑자기 상황이 바로잡히거나 꿈에서 깨는 것처럼.


홍상수의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얼굴과 직업, 나이만 달라지고 다 비슷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갈수록 외로워진다. 옥희도 선희도 제대로 된 친구가 없고 유부남과 몰래 연애를 한다. 각 영화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유사함과 차이점을 모두 느끼고 실험하고 영화 여러편들 사이에서도 그 분위기가 유지된다.

왜 도대체 해원이는 부츠컷 청바지를 입고 있으며 이감독은 갑자기 90년대식 미니라디오같은걸 꺼내는 것인가. 갑자기 나온 유준상은 샛보라색 에코백같은거를 매고 있고 예지원은 나팔바지에 샤넬백을 들고 남한산성에 오른건가. 뒷 편으로 파란색 서울 버스가 지나가는데 이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서촌과 남한산성을 서성이는 촌스러운 사람들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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