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메달 뽑기
지금은 많이 보이지 않지만 어렸을 때 문구점 앞에는 뽑기 기계가 있었다.
“짱깸뽀”, “이겼다!”가 울려 퍼지던 가위바위보 기계 앞에는 늘 친구들로 바글댔다.
그땐 일주일 용돈이 500원 정도 됐으려나.
100원짜리 동전으로 불량 식품 몇 개를 사먹고 남은 돈을 뽑기에 쓰는 건 어린아이에게 최고의 재테크였다. 100원 짜리 동전을 넣어 메달 25개를 받는 기쁨이란.
어렸을 때부터 눈치가 빨랐던 난,
“졌다.” 소리가 많이 나오고 친구들이 머리를 쥐어뜯던 순간을 기다렸다.
확률이란 개념도 없었지만 그때가 승률이 높다는 걸 감으로 알았을까.
100원. 이겼다. 메달 5개.
100. 졌다.
마지막 100원. 이겼다.
두두두두두두두 메달이 콸콸 쏟아질 때의 찰 랑 거리는 소리를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조금이라도 일면식이 있다면 친구, 동생, 선배 할 것 없이 “요한아, 메달 한 개만”하며 다 내 주위로 몰려들었고 절반을 주머니에 챙겨두고 나머지를 나눠주곤 했었다. 나만 그랬겠는가, 그러지 않은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고소·폭행·살인까지…로또 당첨에 단란가족 '비극' 잇따라
로또 `더블 1등` 상금 40억을 친구와 나눈 40대 일용직 근로자
일생일대의 행운을 불행으로 바꾸는 건 한 순간이다.
로또와 관련된 두 가지 상반된 기사를 보면 본질을 기억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와 나눈 40대 일용직 근로자. 고된 일에도 ‘친구’의 가치를 기억한 사람은 누구보다 동심을 간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메달은 그저 쇳덩이일 뿐 살아있는 게 아니다. 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