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츄얼 캅스, 레인보우식스, 카르마라는 fps 총 쏘는 게임과 더불어 비비탄 총이 한창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는 총 쏘는 게임이 벌어지던 맵과 가장 유사한 환경이었고 우리들은 그곳에서 어김없이 총싸움을 했다. 2,000원~5,000원짜리 권총은 한 발 장전하고 한 발 쏘는 기능밖에 없었고 10,000원이 넘어가는 총들은 연발 사격이 가능했다. 그래서 팀을 짤 때 중심이 되는 건 연발 사격이 가능한 비싼 총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장전하고 쏘고, 장전하고 쏘는 나 같은 친구들은 쏘는 것보다 피하는 걸 더 잘해야 했다. 그땐 비비탄총이 위험한지도 모르고 쏘고 놀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부모님도, 학교도 비비탄총을 엄격하게 못쓰게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총싸움인 물총 싸움을 한다. 한 번은 여름방학식을 맞아 갈아입을 옷과 물총, 수건을 가져오라고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신나는 여름방학식을 위해 저마다 철저한 준비를 하고 왔다. 물안경부터, 등에 물통을 메고 쏘는 물총, 자기 덩치만한 물총까지 정말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신나는 마음을 가득 품고 물총 싸움을 하는데 내 생각과 다른 상황이 전개되었다.
“선생님, 영국이가 쏘는 물총이 너무 세요.”
“선생님, 저는 금방 물 채워야 하는데 진영이가 계속 쏴요.”
“선생님, 재미없어요. 안 할래요.”
아. 뭔가 이상했다.
그래도 이왕 준비해온 거 어쩔 수 있겠나 결국 선생님 대 아이들 18명의 대결로 바꿨다. 녀석들이 어찌나 단합이 잘되던지. 큰 물총과 등에 메는 물총은 정말 많이 아팠고 물이 떨어질 틈 없이 공격은 이어졌다.
아이들 기분을 제대로 느꼈다.
싸움도 공평해야 재밌다. 대등하지 않은 싸움은 일방적인 폭력에 가깝다.
우리의 경쟁은 얼마나 공평한가?
아이들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경쟁은 어떠한가?
물총 세례를 맞은 나처럼 잘못의 대가는 어른들의 몫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