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편지를 잊은 시대
018. 손 편지를 잊은 시대
by 우물로 돌아온 개구리 Mar 12. 2021
‘우편 물량 16년 사이 35% 줄고 우체통도 20년 동안 70% 감소’ - 한국일보
빨간 우체통이 사라져 간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곤 했던 빨간 우체통이 점점 사라져 간다. 아니, 손 편지가 사라져 간다.
5월 어느 날,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하던 때였다. 교무실에서 연락 하나가 왔다.
“강요한 선생님, 등기 왔으니까 찾아가세요.”
갑자기 뭔 등기일까 싶어 바로 찾으러 갔다.
웬일인가, 도착한 등기는 우리 반 학생이 써놓은 편지 한 통이었다.
‘선생님 저 성준이예요. 저를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스승의 날 잘 보내세요.’
내용이 중요하랴.
받는 사람, 보내는 사람이 정성스럽게 쓰여 있는 편지 봉투를 풀어헤치고 접혀진 종이를 조심스럽게 펴는 그 느낌이란.
성준이의 편지는 크리스마스 즈음 한 번 더 왔다.
엄지손가락으로 전하는 인스턴트 표현이 아니라, 우체통 안에서 빨갛게 익은 편지 한 통이라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정말이지, 메리크리스마스였다.
지나가다 들른 우편함에서
카드명세서나 홍보물이 아닌
따뜻한 편지 하나 끼여 있다면,
설렘 가득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텐데.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애타는 마음을
간직했던 빨간 우체통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