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집 전화
초등학교 학생들은 3학년 2학기 국어 시간에 ‘전화할 때 바른 대화 예절’에 대해 배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예원아! 우리 내일 어디에서 만나서 놀기로 했지?”
‘난 예원이 언니인데……․’
[2]
“여보세요, 민지 있나요?”
“제가 민지인데, 누구신가요?”
잘못된 상황이 주어지고 올바르게 고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 모순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집 전화가 없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1인 1폰을 쓰는 시대인데 집 전화가 얼마나 필요할까.
둘째, 핸드폰엔 번호가 저장 되어 있기에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우리 어릴 때는 어떠했을까.
얼마나 많이 집 전화와 공중전화를 이용했던가. 접거나 밀어 쓰는 핸드폰은 어른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전화를 걸거나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기에 당연히 전화 예절을 갖췄어야 했다. 더 중요한 건 집 전화는 보통 거실에 있었기에 눈치 보며 말을 가려서 해야 했고, 우리들만의 적당한 은어로 비밀 약속을 해야만 했다. PC방을 ‘운동장’이라고 했던 것처럼.
051은 부산 외갓집,
061은 광양 할머니집,
02는 서울 이모 아니면 스팸.
지역번호를 보고 누구인지 바로 추측하던 때였으며 엄마, 아빠 핸드폰 번호는 물론이고 친구들 집 전화번호 예닐곱 개 정도는 거뜬히 머릿속에 있었다.
고향친구들을 만나면 아직도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서로를 보며 신기해한다. 그만큼 자주 친구 집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으며, 서로의 가족들을 한 단계 거치는 통화를 했던 것이다. 집 전화를 통해 전해지던 친구 집 분위기마저 아직 생생하다.
지금의 난 얼마나 많은 번호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