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1

020. 배추흰나비1

3학년 학생들은 과학 시간에 ‘동물의 한살이’를 공부한다. 한살이 과정을 관찰하려면 생육 기간이 짧아야하기 때문에 닭과 배추흰나비를 주로 기른다. 우리 학교도 원래 화단에서 닭을 키웠으나 닭장 주변에 아이들이 많이 모여들어 코로나 위험이 있기에 이번엔 교실에서 배추흰나비만 기르게 됐다.


3학년만 4년 연속 가르치고 있던 터라 배추흰나비 기르기에 달인이 된 나는 햇볕이 강하게 비추지 않는 곳에 배추흰나비 집을 잘 보관했고 제때에 케일을 갈아줬으며 금요일에는 주말동안 케일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넉넉히 주곤 했다. 해충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충망을 잘 닫아주는 건 필수였다. 관찰은 아이들의 몫이지만 기르는 건 사실상 선생님 몫이었다.


가장 조심해야할 때는 아이들이 관찰한다고 집을 보호 하고 있는 망을 열고 돋보기를 들이 댈 때였다. 이때는 아이들이 서로 경쟁이 붙어서 돋보기를 너무 가까이 대거나 책상을 짚고 있는 손을 너무 꾹 눌러 배추흰나비 집이 흔들려 대참사가 일어나기 좋았다.


아이들은 알에서 태어난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막 태어나 알 껍질을 먹는 것부터 4회의 허물벗기,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흥미 있게 관찰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번데기에 지쳐 아이들이 배추흰나비 한살이에 대한 흥미가 사라질 무렵, 갑자기 전혀 다른 생명이 탄생해있었다.

태어날 애들은 얼추 다 태어났고 아이들이랑 배추흰나비를 어디에 날려 보내주면 좋을지 투표를 했다.


1. 학교 텃밭

2. 학교숲

3. 학교 뒷산 정자 부근


만장일치였다. 어딘지 느낌 오지 않는가?

당연히 3번 학교 뒷산이었고 우린 마스크를 쓰고 등산에 나섰다. 배추흰나비 통을 양손에 공손히 들고 가는 내 뒤에 이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의 운구행렬 같았다. 운구의 뜻이 하늘나라 가는 길이니까, 망을 벗어나 날아 가야하는 나비의 입장에선 맞는 걸까?

정자에 도착하자 땅을 팠다. 남은 번데기와 애벌레들이 붙어 있는 케일을 통째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망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배추흰나비들이 나왔고 한 마리가 내 몸에 딱 앉았다.

그 모습을 본 한 아이의 말,


“선생님, 나비가 선생님한테 제일 고마웠나 봐요. 인사하고 가네요.”

‘어? 그런가. 그래, 잘 자라줘서 고마웠어. 나비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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