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 죽이기

033. 에디슨 죽이기

만들기를 정말 좋아했었다.


여러 가지 장난감을 드라이버로 조립하고 해체했으며, 레고를 설명서와 다른 새로운 것으로 만들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스케치북은 나만의 작품 모음집이었으며, 무언가 만드는 건 정말 흥미 있는 일이었다.


집이 망해서 이사를 가고, 전학 간 학교에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났다.

행복하지 않았기에 그때의 기억은 정말 오래 남는 것 같다. 2학년이었는데도 아직 선명하니 말이다.

첫날 가자마자 시험지를 풀었는데, 시험지를 푸는 내게 선생님께서 우유 하나를 주셨다.

아직도 그때 풀던 문제가 생각난다. ‘나침반’을 ‘나침판’으로 썼는데 선생님께서 표정이 굳어지셨다.

이후로도 난 많은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


보살핌이 필요하던 때에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였을까.

그런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짝.

선생님께 뺨을 맞았다.


2학년인 난 가볍게 뒤로 날아갔다.


이유인 즉, 교과서를 안 갖고 학교에 왔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내 가방을 뒤집어서 털었고, 가방 안에서는 드라이버와 나사, 레고가 떨어져 나왔다.

뺨을 맞은 나는 울음을 멈추고 흐트러진 의자와 책상을 바르게 해야만 했다.


이후, 난 ‘나침판’을 ‘나침반’으로 바르게 쓸 수 있는 학생이 되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미아가 돼버렸다.


뺨 한 대는 아직도 얼얼하게 남아있다.

에디슨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무수히 많은 불들이 꺼졌겠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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