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어른들은 어린이였지
에디슨 죽이기
033. 에디슨 죽이기
by
우물로 돌아온 개구리
Mar 14. 2021
만들기를 정말 좋아했었다.
여러 가지 장난감을 드라이버로 조립하고 해체했으며, 레고를 설명서와 다른 새로운 것으로 만들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스케치북은 나만의 작품 모음집이었으며, 무언가 만드는 건 정말 흥미 있는 일이었다.
집이 망해서 이사를 가고, 전학 간 학교에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났다.
행복하지 않았기에 그때의 기억은 정말 오래 남는 것 같다. 2학년이었는데도 아직 선명하니 말이다.
첫날 가자마자 시험지를 풀었는데, 시험지를 푸는 내게 선생님께서 우유 하나를 주셨다.
아직도 그때 풀던 문제가 생각난다. ‘나침반’을 ‘나침판’으로 썼는데 선생님께서 표정이 굳어지셨다.
이후로도 난 많은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다.
보살핌이 필요하던 때에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였을까.
그런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짝.
선생님께 뺨을 맞았다.
2학년인 난 가볍게 뒤로 날아갔다.
이유인 즉, 교과서를 안 갖고 학교에 왔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내 가방을 뒤집어서 털었고, 가방 안에서는 드라이버와 나사, 레고가 떨어져 나왔다.
뺨을 맞은 나는 울음을 멈추고 흐트러진 의자와 책상을 바르게 해야만 했다.
이후, 난 ‘나침판’을 ‘나침반’으로 바르게 쓸 수 있는 학생이 되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미아가 돼버렸다.
뺨 한 대는 아직도 얼얼하게 남아있다.
에디슨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
무수히 많은 불들이 꺼졌겠지.
출처 - pixabay
keyword
에디슨
만들기
교육
19
댓글
6
댓글
6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우물로 돌아온 개구리
소속
무소속
직업
소설가
빛과 어둠, 선과 악, 조화로움과 무질서. 그 사이에 있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팔로워
86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말 못하는 앵무새
다툼과 용서
매거진의 다음글